일본 자동차업계가 격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뭉쳤다.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와 경차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스즈키가 업무 제휴하기로 했다고 1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양사는 환경과 안전, IT 등의 분야에서 경영자원을 공유해 연구ㆍ개발(R&D)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일본 업계에서 합종연횡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앞서 닛산은 지난 5월 연비조작 스캔들이 터져 경영난에 빠진 미쓰비시자동차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닛산이 미쓰비시자동차 지분 34%를 사들이기로 했다.
닛산과 미쓰비시자동차의 제휴에 몸이 달은 도요타와 스즈키가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환경과 안전 등의 분야에서 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서구 대기업에 비해 기술 표준 확립 등의 문제로 지연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스즈키도 일본 경차사업과 인도시장 등에서 강점이 있지만 첨단 분야 R&D에 과제를 안고 있었다.
양사는 이번 제휴 발표문에서 “다른 업체에도 문을 열어뒀다”며 “향후 기술 표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바뀌는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에 대응하는 힘”이라며 “개별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 이외에 같은 뜻을 가진 동료 만들기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 자동차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면 우리는 항상 열린 자세로 검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 회장은 “도요타는 업계 최고의 기업이며 모든 첨단 기술과 미래 기술을 다루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회사”라며 “이런 도요타와 협력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수 있게 돼 매우 고맙다. 스즈키의 미래를 위해서도 단단히 협력에 임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스즈키가 R&D 역량 강화를 위해 폭스바겐과 파트너십을 맺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나 지난해 완전히 결별하고 나서 도요타라는 새 파트너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내년 3월 마감하는 이번 회계연도에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R&D 분야에 1조700억 엔(약 11조6092억 원)이라는 거액을 예산으로 잡았다. 이는 스즈키의 7배 규모다.
IHS마르키트의 가와노 요시아키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중소 자동차업체는 중장기적으로 파워트레인(자동차 구동시스템) 기술은 물론 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에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며 “스즈키와 같은 작은 업체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더 큰 업체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풀이했다.
도요타는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활약하는 스즈키의 노하우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스즈키 인도 법인인 마루티스즈키는 현지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도요타는 올해 초 일본 경차시장에서 스즈키와 경쟁하는 다이하쓰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