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기준 미국 최대은행인 웰스파고의 존 스텀프(63)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맡은 모든 직책에서 즉각 물러나기로 했다고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불거진 이른바 ‘유령계좌 스캔들’여파에 9년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것이다.
이날 웰스파고 이사회는 성명을 내고 “존 스텀프 CEO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은행업계의 거센 인수·합병(M&A) 파고 속에서도 웰스파고를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헌신했으며 웰스파고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유명한 금융기관 중 하나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했다”면서 “그러나 그는 현재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스텀프의 후임은 현재 웰스파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티모시 슬론(56)이 맡기로 했다. 슬론 COO는 이전부터 스텀프의 유력 후임자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이사회는 선임이사인 스티븐 생어가 비상임 회장직을 맡게 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출신인 엘리자베스 듀크 이사가 부회장직에 오르게 된다.
웰스파고는 지난 달 초 웰스파고의 수천 명 직원이 2011년부터 불법으로 고객 모르게 200만 개가 넘는 예금과 신용카드에 대해 이른바 ‘유령계좌’를 개설해 실적 부풀리기를 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지난 8일 미국 연방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웰스파고에 1억8500만 달러(약 2035억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CFPB 창립 이래 최대 규모 벌금이다. 유령계좌 개설에 연루된 직원은 5300여명에 달한다. 은행은 이들을 모두 해고했으며 유령계좌 개설로 피해를 본 고객에게 총 260만 달러 규모를 환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연루된 직원의 상당수가 낮은 직급의 직원들이라는 점에서 고위직 직원들을 비롯한 경영진의 ‘무기력한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그 사이 웰스파고의 신뢰도와 평판은 땅에 떨어지게 됐고, 은행 주가는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12% 추락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스텀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 속에서도 비교적 무탈하게 은행을 이끌어왔지만, 이번 스캔들로 웰스파고는 2008년 당시 만큼의 위기 때로 되돌아가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