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서울고검 국감에서 대한민국 사법당국을 ‘개’에 비유했다. 그는 “검찰에 대해 견찰, 떡찰 이런 말들 쓰는 거 들어보셨냐”며 “최근 검찰을 보면 그 정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진경준 전 검사장이나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을 보면 동네 양아치도 아니고, 왜 이렇게 됐나 싶다”라고도 했다.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 문제를 놓고는 서거한 전직 대통령까지 언급됐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백남기 씨의 부검 반대를 주장하면서 “박정희 대통령도 외인사했지만 가족의 반대로 부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심지어 ‘아버지 신체에 칼을 대지 말라’고 자녀들이 요구해 시신에 박힌 총알도 빼내지 않고 매장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하며 비꼬았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도 부검했냐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그때 안 했고, 그렇게 따지면 노무현 전 대통령님도 부검을 안 했다”고 받아쳤다.
민망할 정도의 수준 낮은 공방은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은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엉뚱한 질문을 해대며 증인으로 나온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 소리를 지르고, 뜬금없이 사퇴를 주장해 웃음거리가 됐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증인으로 나온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못해 먹겠다”고 발언했다. 마이크에 대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모두에게 공개됐다. 이 원장은 심지어 의원들로부터 공격 당하자 고성을 지르기도 하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더라”며 비아냥대는 답변도 서슴없이 했다.
의원들의 갑질과 막말, 그리고 질의하는 의원에게 이를 되갚는 피감기관 증인. 이게 대한민국 국회의 국감 단면이다. 그나마 교육부는 이 원장의 해임을 검토하겠다며 시정에 나서기라도 했으나, 국회는 시정할 기관도 사람도 없다.
실제 인터넷만 살펴봐도 국회를 비난하는 글이 더 많은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증인의 불손한 태도나 불출석, 정부의 부실한 자료 제출보다 의원들의 고압적인 자세와 수준 낮은 말과 행동, 정쟁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말은 그 사람의 얼굴이자 품격이다. 평소 국회에서 나오는 언행을 보면 그 수준이 가늠이 된다. 이 원장의 황당한 답변도 결국에는 국회의 질 낮은 언행이 자초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무드에는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라는 말이 있다. 명심보감에선 “입과 혀는 화와 근심의 근본이며, 몸을 망치는 도구와 같다”고 했다.
말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스로 돌아보고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닥으로 떨어진 국회의 권위를 바로세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