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혼밥과 혼술

입력 2016-10-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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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혼술’이 요즘 화제다.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보다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훨씬 난이도가 높다는 ‘혼밥 레벨 테스트’라는 것도 나왔다.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 혼자 여행하는 ‘혼행’,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 부르는 ‘혼창’까지, 신조어 따라잡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말들이 생겨나기 전부터 난 혼자 식사하고 영화 보고 술 한 잔 하는 것에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었다. 유학 시절 혼자 밥 먹고 술 마시고 영화를 보았던 탓일까, 아니면 타인을 별로 신경 안 쓰는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은 탓일까? 혼밥 레벨 테스트에서 최고의 경지라는 ‘고깃집 혼밥’도 해봤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던 어느 날, 혼자 고깃집에 들어가 2인분을 시켜 놓고 나를 대접했던 기억이 있다.

일찍이 ‘혼행’도 해봤다.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유학 갔을 때, 아내가 양해를 해 주어 한 달간 북유럽을 혼자 여행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즐겁지만 온전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혼자만의 여행도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자투리 시간에 서점이나 극장에서 오로지 혼자 즐기는 것은 나의 취미이기도 하다. 난 가끔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거나 큰일을 훌륭하게 치러냈을 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나 마시고 싶은 술 한잔을 사 주는 것이다. 가끔은 꼭 보고 싶은 영화나 공연을 나 혼자 즐기는 호사도 누린다.

‘혼밥’과 ‘혼술’, ‘혼영’이 늘어난 것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개인주의가 확산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친 경쟁과 번잡한 만남에 지친 현대인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SNS로 무료함을 달래는 것이다. 1인 화로구이 집도 생기고 배달 레시피라는 비즈니스까지 등장해 내가 먹고 싶은 한 끼 음식을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메뉴를 고르거나 계산할 때 그리고 시간을 조정할 때, 남 눈치 안 보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건 ‘혼밥’의 장점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이혼과 사별이 증가하면서 혼자 식사할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도 혼자 밥 먹는 것을 엄두도 못 내고 홀로 있는 시간을 못 견딘다면 그것 또한 딱한 일이다. 노년기뿐만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우린 남들과 잘 어울리는 한편 혼자서도 잘 놀고 잘 지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을 처량하게 보거나 문제가 많은 왕따로 보는 시각도 크게 줄었다. 남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함께할 친구나 가족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혼밥’과 ‘혼술’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능력이 아닐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나 혼자라도 당당하게 즐기자.

혼자만의 시간을 능동적으로 즐기는 태도도 필요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랑하는 가족,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대화하면서 즐기는 밥과 술이 으뜸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소통이 되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 진정한 유대감과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평소에 나의 인간관계와 가족관계를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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