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국민의 정신적 지주였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13일(현지시간) 서거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정치적 갈등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태국 왕실 사무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푸미폰 국왕이 입원한 방콕의 시리라토 병원에서 서거했다고 발표했다. 향년 88세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 1일 심각한 혈액 감염과 폐에 물이 차는 증상 등으로 치료를 받았고, 8일 혈액 투석 관련 조치를 취한 이후 병세가 악화했다.
그는 1946년 즉위해 70년간 태국을 통치하면서 세계 최장수 재위 기록을 갖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검소한 생활과 봉사로 국민의 절대적 지지와 사랑을 받으면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09년부터 건강이 급속도록 악화해 많은 태국 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해 12월 이후부터는 아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국민들이 그의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푸미폰 국왕의 서거로 태국의 경제와 정치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10년 전 즉위 60주년 기념 행사에는 20개국 왕족들이 참석했다. 푸미폰 국왕은 당시 50만 명의 군중 앞에서 연설하며 “국민의 단결이 태국의 미래를 만든다”고 정치적 화해를 호소했다. 이는 부패 의혹 와중에 있던 탁신 친나왓 당시 총리를 둘러싼 국민의 정치적 대립을 의식한 것이었다. 탁신은 축하 행사 3개월 후 군사 쿠데타로 그 자리에서 쫓겨나 지금도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탁신파와 반대파의 갈등은 여전히 뿌리깊어 태국 정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푸미폰 국왕이 서거하면서 구심점이 사라지게 됐다. 전날 그의 병세가 악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태국증시에서 주요 주가지수인 태국종합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한때는 전일 대비 6.8%까지 떨어졌다. 장중 기준으로는 지난 3월 1일 이후 7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이었다.
외환시장에서는 태국 통화인 바트화 가치도 달러에 대해 대폭 주저앉았다. 바트는 달러당 35.90바트로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