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신세계 강남두고 ‘쟁탈전’…中관광객 ‘싼커’ 잡아라

입력 2016-10-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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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사진제공=현대백화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사진제공=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싼커(散客ㆍ중국인 개별관광객)가 많은 서울 강남 지역 유통 자리를 차지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강남 지역은 현대백화점이 1985년부터 압구정 본점 개점과 함께 30년 넘게 자리 잡은 곳이지만 2000년 이후 신세계백화점이 강남점 개점을 하면서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진 양상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강남 지역에 면세점 사업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코엑스와 인접한 무역센터점, 신세계는 센트럴시티와 연계된 강남점에 각각 신규 면세점을 유치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 입찰에 참여한 5개 업체 중 기존 면세점을 운영한 롯데와 SK가 면세점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을 크게 보면서 나머지 1장 티켓은 현대와 신세계, HDC신라가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현대와 신세계는 이번 면세점 유치를 통해 면세점 시장뿐만 아니라 앞으로 강남 지역 유통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판단한 모양새다.

두 업체가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사활을 건 이유는 중국인 여행객의 서울 관광 패턴이 강남 지역을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명동과 광화문, 연남동 등 강북 지역 위주로 다녔던 기존 단체 관광객들과 달리 싼커라 불리는 중국인 개별관광객은 강남의 한류 명소와 신사동 가로수길 맛집 등 특색있는 관광을 선호한다.

또 싼커들은 일반적인 유커(중국 단체관광객)들보다 씀씀이가 훨씬 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각별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대체로 부유층이 많은 싼커의 경우 보통 객단가가 일반적 유커보다 2~5배나 높다”며 “지난 국경절 연휴 때 싼커가 많이 찾는 무역센터점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매출 신장률은 65.2%에 달했으며 신세계 강남점은 신장률이 109.2%가 됐다.

이에 각각 무역센터점과 강남점을 앞세워 면세점 유치전에 뛰어든 현대와 신세계게 서로 자사 점포 지역이 싼커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유리한 입지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코엑스 지역이 국내 유일의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 등) 관광특구’로 도심공항터미널이 있어 관광ㆍ교통 인프라가 우수할 뿐 아니라 인근에 ‘한류의 성지’로 불리는 SM타운이 있어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신세계는 센트럴시티가 호텔, 백화점, 극장, 서점, 레스토랑 등이 밀집한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생활문화공간이어서 싼커들이 동경하는 서울의 일상과 매력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와 신세계의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으나, 현대가 오랫동안 운영해온 코엑스몰 운영권을 최근 신세계가 빼앗은 데다 강남 면세점 사업권까지 거머쥔다면 판세가 역전될 수 있다”며 “분명한 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강남 주도권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가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연매출은 8300억 원, 무역센터점은 9200억 원으로 두 점포를 합친 매출이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인 신세계 강남점의 올해 매출 목표인 1조7000억 원과 엇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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