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혁신제품형 과제로 선정돼 2011년부터 올해까지 총 9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A과제는 3차년도 기술개발 검토에서 시장환경 변화로 사업성 측면에서 지원의 타당성이 낮다’는 이유로 조기 종료됐다.
#.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76억 원이 투입된 B과제는 디스플레이용 투명전극 소재를 개발하다가 사업 내용을 대면적 디스플레이 터치 개발로 변경 요청했으나, 타당성과 내용 제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도 퇴출됐다.
지난해 정부가 국가 R&D 사업에 투입한 예산이 19조 원에 육박하지만, 연구성과가 없어 조기종료되거나 중복투자가 이뤄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아 정부의 R&D 사업이 ‘세금 먹는 하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R&D 평가관리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조기종료 과제 370건을 분석한 결과, 최근 8년간 중도퇴출 전까지 투입된 예산이 44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종료 평가 과제 중 시장 예측 부족, 개발 가능성 희박, 타 과제와의 통합 등으로 중도 퇴출되는 사업이 총 370건 중 244건(65.9%)이나 됐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2014년 기준 4.29%로 이스라엘(4.11%), 일본(3.58%)을 제치고 세계 1위다.
하지만 산업부가 당초 R&D 과제를 기획하면서 시장성과 개발 가능성 등을 제대로 따졌는지를 보면 결과가 달라진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투자비 대비 기술료 수입인 R&D 생산성은 2012년 기준 2.89%로 미국(10.73%)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공공연구기관의 민간 기술이전율도 20∼30% 안팎으로, 나머지 개발 기술은 시장환경 변화를 이유로 사장된다고 볼 수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열심히 뛰어다니고 물건을 팔아도 겨우 5억 원 벌기 어려운데 정부 R&D 과제 하나 따오면 몇 억이 들어온다”며 “시장하고 괴리된 R&D를 수행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적으로 수행 능력이 없는데 R&D 과제를 수탁받아 실제적으로는 운영비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홍주 산업부 산업기술개발과장은 “미국 등 선진국은 중도에 R&D 과제를 많이 탈락시키고 있다”며 “상황 변화가 생기거나 성과를 낼 수 없음이 명확한 과제는 빨리 탈락시키는 것이 국가 예산을 절감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살릴 수 있는 것은 연구과제 목표를 중간에 바꾸는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고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는 R&D 혁신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