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수정난 확보 위해 살아 있는 명태 구하기 힘들어”…현상금 50만원 내걸기도

입력 2016-10-14 14:11 수정 2016-10-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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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명태는 많은 국민이 선호하는 국민 생선인 만큼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어묵이나 어육 소시지 등 관련된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명태는 많은 국민이 선호하는 국민 생선인 만큼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어묵이나 어육 소시지 등 관련된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 현대차 파업, 갤럭시노트7 리콜 등 경제 악재가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성공’이라는 희소식을 밝혔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과도한 어획 등으로 현재 동해안에서 사라진 명태 자원의 회복을 위해 2014년부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고 2년 만에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지난해 어업인으로부터 수집한 자연산 어미 1마리로부터 시작해 1세대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했고, 200마리를 선별해 산란할 수 있는 어미(35cm 이상·600g)로 키웠다. 이 중 7마리가 9월 18일 산란에 성공했고, 수정란 10만여 개 중 부화한 3만여 마리가 0.7㎝ 전후로 성장해 2세대까지 완전양식에 성공한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로 자연산 명태가 성어가 되기까지 약 3년이 걸리는 것을 1년 8개월로 단축하는 성과도 얻었다.

명태 완전양식을 진두지휘한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현재 우리가 식당에서 즐겨 먹는 동태탕에 들어가는 명태는 모두 러시아 등에서 수입하는 냉동 명태이며, 강원 고성의 명태 축제에서도 러시아산 명태를 사용하고 있다”며 “동해안에 명태 자원을 회복시켜 국산 명태를 식탁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명태 양식 기술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명태는 고등어, 오징어 등과 함께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 중의 하나지만 2007년 이후부터 어획량이 1톤 내외로 급격히 감소했다. 명태 자원이 급격히 고갈된 이유는 과도한 어획 때문이다. 1950년대 명태 어획량은 2만4000톤, 1960년대 2만 톤, 1970년대 7만 톤, 1980년대 7만4000톤, 1990년대 6000톤, 2000년대 중반 100톤 미만으로 줄었으며, 2007년 이후에는 1톤 내외 잡히고 있다. 일명 노가리로 불렸던 작은 명태까지 어획해 사실상 씨가 마른 것이다. 현재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명태는 대부분 수입이나 원양어업으로 생산된 것으로 2015년 국내 명태 소비량은 25만 톤 정도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사라진 명태 자원을 회복시켜 수산 식량의 자급화를 꾀한다는 차원에서 연구를 하게 됐다.”

△명태 어미를 구하기 위해 현상금까지 걸었는데?

“좋은 수정란을 확보하려면 건강한 어미가 많이 있어야 하는데, 막상 어미를 구하려고 하니 우리나라 연안에서 어획되는 명태가 거의 없어 구할 수가 없었다. 특히 살아 있는 어미를 구할 수 없다 보니 어업인의 협조가 필요했다. 어업인들도 우리의 의지를 알고 많은 협조를 하려 해도 잡히지 않는 명태를 위해 출어 경비를 감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결국에는 살아 있는 명태 어미 한 마리에 50만 원의 현상금을 걸게 됐다.”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이라는 연구 성과를 거뒀는데, 그 의미는?

“완전양식은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생산해 부화한 종자(새끼고기)가 어미가 돼 다시 수정란을 생산하는 체계가 구축된 것을 의미한다. 명태 완전양식 기술 개발로 인공 명태를 생산하기 위한 우량 수정란 대량 생산기술, 양식기술 및 사육 시스템의 개발 등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한 기반이 구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명태와 같이 자원이 부족하고, 또 살아 있는 건강한 어미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품종은 자연 상태의 어미에서 수정란을 확보하거나 자연산 어미를 인공적으로 키워 수정란을 확보하고 부화, 성장시켜 어미가 될 때까지 전 생활사를 인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자원 회복에 필요한 인공종자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양식 실현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명태 완전양식 성공이 있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명태 인공 종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수정란이 필요한데, 건강하고 성숙한 어미를 확보하기가 힘들었다. 명태는 150~450m 정도의 깊은 곳에 살고 있고 어획할 때는 주로 걸그물을 사용해 어획하고 있다. 이 걸그물을 통해 어획되는 명태는 대부분 죽은 상태로 올라온다. 설령 살아 있다 하더라도 그물에 걸려 있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또 그물에 걸린 상처 때문에 어획 후 2~3일 내에 사망하고 만다. 또 그중에는 알이 성숙하지 않아 알을 얻을 수 없는 것들도 많다. 살아 있는 어미가 어획됐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그물에 걸려 있어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산란하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복부를 압박하거나 복부를 갈라 알과 정자를 얻어 수정하게 되는데, 이렇게 얻은 알은 질이 떨어진다. 때문에 수정률이 낮고, 또 부화가 됐다 하더라도 죽는 것이 많다. 이처럼 양질의 수정란 확보 작업이 매우 힘들었다.

어민들이 활어를 포획했다고 연락이 오면 언제든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연락을 받고 가면 번번이 상처투성이 명태만 잡혀 연구원들의 실망이 컸다. 저수온에서 대량 배양이 가능한 먹이생물 확보도 어려웠다. 명태는 10℃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살고 알을 낳는 물고기이다 보니 어릴 때 먹일 수 있는 먹이생물을 저온에서 배양하는 기술력이 없어 초기 생존율을 높이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저수온을 유지하면 사육할 수 있는 충분한 사육수 확보가 어려웠다. 명태 종자를 생산할 때 명태가 살 수 있는 낮은 온도를 계속 유지해 줘야 한다. 하루 1500톤 이상의 냉각 해수가 필요했으나 하루 400여 톤밖에 사용할 수 없어 수질 관리가 어려웠고, 충분한 배합 사료를 공급하거나 사육수를 교환하지 못함으로써 생존율과 성장을 향상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완전양식 성공까지 연구 과정은 어때는지?

“2015년 1월 말에 고성해역 정치망에 성숙한 어미 1마리가 어획됐다. 대부분 자망에 의해 어획되는데 다행히도 정치망에 들어 외관상 상처가 거의 없고 건강하게 보였다.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실내 사육 수조에 수용했는데, 2014년 어획해 사육하고 있던 수컷과 사육 수조 내에서 자연적인 방란과 방정이 이뤄져 양질의 수정란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종자를 확보한 이후 몇 차례의 실패를 통해 적정 부화 수온이 10℃ 이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먹이 개발과 질병 관리도 문제였다. 10℃ 이하의 낮은 수온에서 성장하는 명태에게 공급할 먹이생물이 없어 실패를 반복했다.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냉수성 어종에 알맞은 저온성 먹이생물 개발 기술이 전혀 없는 실정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0℃에서도 증식하는 저온성 먹이생물을 개발했다. 그리고 명태 사육에 적합한 고도불포화지방산(EPA·DHA)이 강화된 고에너지 명태 전용배합 사료를 개발해 공급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완전양식 성공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명태 인공종자 생산기술 완전확보 등으로 수산자원 증대 및 국내 생산에 따른 어업인 소득 창출은 물론 수입대체, 관련 산업의 부흥에 따른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명태는 많은 국민이 선호하는 국민 생선인 만큼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어묵이나 어육 소시지 등 관련된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고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데 대량 종자 생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종자가 공급되면 양식을 통해 연간 400억 원, 장기적으로는 동해안 명태 자원 회복으로 연간 5만 톤 정도 어획되면 연간 39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식명태가 국민 식탁에 오를 수 있는 시기는?

“완전양식 기술로 부화한 어린 명태가 산란 연령에 도달하는 2018년 이후부터는 대량으로 종자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2020년쯤 국민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연구력을 집중하겠다 ”

◆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1962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부경대 수산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헐대학교에서 자원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기술고시(22기)에 합격, 1988년 수산과학원 수산사무관을 시작으로 해양수산부 자원관리과장, 농림수산식품부 어업자원관, 수산정책관, 원양협력관 등을 거쳐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강 원장은 한·중 협력을 통해 불법 어업을 근절하는 초석을 놓은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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