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4차 산업혁명만 말하지 말고

입력 2016-10-18 10:56 수정 2016-10-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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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올 초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서 “세계는 이미 4차 산업혁명 단계에 진입했으며 로봇 등의 노동 대체로 일자리가 급감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온 후 국내에서는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가 핵심 의제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산업계는 물론 학계까지 나서 로봇과 인공지능(AI) 활용의 확산과 사물인터넷(IoT)이 융합된 4차 산업혁명이 향후 국내 산업 구조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이에 대한 방안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관련 산업과 지식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날로 첨예화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이에 대한 계획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는 그러나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조선, 해운, 자동차, 그리고 전자 등 한국 산업의 중추 역할을 했던 기간산업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나게 할 가능성마저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정보통신산업 분야에 있어 3차, 4차 산업혁명과 관련, 최근 들어 많이 거론되는 사례들이 인텔과 페이스북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인텔은 1968년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에 의해 창립된 이후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만들어내는 IT 분야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컴퓨터와 IT에 의해 주도된 3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인텔을 꼽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페이스북은 2004년 마크 저커버그에 의해 만들어져 전 세계 최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로 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확실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3년에 이미 AI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챗봇(chatbot)을 만들어 사용하는 등 앞으로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바탕으로 AI기반 성장을 공고화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아무리 AI기반의 4차 혁명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인텔을 넘어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인텔은 2015년 말 현재 9만53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제 불과 1만 2600명 정도인 페이스북 직원 수에 비해 7.6배 정도가 많은 직접 고용효과를 내고 있다. 생산성 측면에서 볼 때 인텔은 2015년 554억 달러의 순매출을 달성했으며, 이 중 114억 달러의 순수입을 달성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같은 기간 177억 달러의 순매출을 달성했고 이 가운데 순수입은 37억 달러다. 단순히 ‘종업원 1인당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페이스북이 인텔을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고용효과 및 연관산업 효과라는 측면에서 인텔이 페이스북을 월등히 앞섰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산업 구조상 인텔은 회사 전체 매출 비중에 있어 4%만이 소프트웨어 생산에 기반하고 있으며 95% 이상이 컴퓨터에 사용되는 하드웨어 생산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과 유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반면, 페이스북의 절대 수입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광고 수입이다. 따라서 두 기업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으나 3차 산업혁명과 IT 기반의 인텔이 4차 산업혁명과 AI 기반의 페이스북에 비해 그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인텔과 페이스북의 비교는 결국 한국의 산업 구조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정신을 부인할 수 없으나 기존 제조업 기반의 산업 구조에 대한 중요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최근들어 한국의 기간산업들이 무너지고 있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는 마당에 지나치게 4차 산업혁명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더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될 것 같다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야 하되, 기존의 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 역시 절실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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