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세금낭비 막을 시스템 갖춰야

입력 2016-10-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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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2017년 정부 예산이 400조 원을 넘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도 저출산·고령화와 경제 양극화로 복지비 등 정부지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재정적자가 늘어나지 않으려면 수입이 늘어나거나 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재정적자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 중인 것은 수입을 늘리려는 것뿐이다. 야당에서는 법인세와 부자들에 대한 소득세 인상을 제안하고 여당은 각종 조세감면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비효율적, 낭비적 지출이 많은데도 정부나 정치권 모두 지출을 줄이거나 효율화하려는 노력은 별로 없다. 예컨대 쌀이 남아도는데 해마다 쌀 생산에 대해서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있다. 금년 쌀 생산 농민에 대한 직불금이 1조8000억 원이며 수매자금 등 간접지원까지 포함하면 3조 원이 넘는다. 저출산으로 초·중·고 학생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통폐합은 지지부진하다. 강원도 삼척의 어느 중·고등학교는 학생 37명에 교직원이 36명이다. 각종 복지사업, 청년 일자리사업 등도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추진하여 중복·비효율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와 같은 비효율과 낭비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는 예산실이 예산편성 과정에서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사업을 걸러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150여 명의 예산실 직원이 400조 원이 넘는 사업을 단기간에 제대로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회 예산 심의도 실효성이 없다. 국회의원들은 개별사업에 대해 전문성이 없다. 자기 지역구나 유권자를 위한 증액에만 주로 관심이 있다.

예산사업 중 새로운 사업은 많지 않고 대부분은 계속 사업들이다. 이런 사업들의 예산 집행·결산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발견되어 예산실에 전달되면 비효율적인 사업들이 반복되지 않을 것인데 현재는 이와 같은 과정에서 의미있는 정보 환류가 매우 미흡하다.

따라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예산 집행, 결산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어 다음 편성에 반영되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예산 사업의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통계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예컨대 현재도 교육 예산이 공개되어 있지만 국립·사립 대학생이 국고보조금을 얼마큼 받는지 예산실 직원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 국립·사립대생의 국고지원금이 공개되면 그와 같은 지원의 타당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사업의 비용과 효과를 비교해 판단할 수 있도록 분석해 공개해야 의미가 있다. 공무원들은 그와 같은 정보 공개가 될 경우 비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큼으로 좋아할 리가 없다. 따라서 정보공개위원회를 설치하여 국민 입장에서 의미 있는 정보 공개가 많이 되도록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결산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들이 많이 지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감사원 결산 기능의 중점이 예산의 효율성 분석에 두도록 바뀌어야 한다. 감사원은 청와대 등 모든 공공기관을 감사하는 기관으로 예산 집행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현재는 감사 중점이 예산 집행 과정에서 제반 규정을 준수하였는지, 부정부패는 없는지 등 사정기관적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 감사원은 사정기관으로 인식되어 역대 감사원장은 대부분 법조인 출신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결산 감사의 중점을 예산이 국민을 위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에 두어야 한다. 예컨대 학생 37명에 교직원 36명인 학교의 예산 집행에 위법성이 없더라도 그와 같은 예산 배정의 효율성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감사원은 예산의 효율성을 분석하는 컨설팅 회사 같은 조직으로 바뀌어야 하고, 이에 따라 감사원장은 경영 마인드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감사원의 이름이 정부책임처(gov't accountability office)이고 역대 원장은 회계사 등 경제·경영인인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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