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이었다. 자유와 민주화를 외치던 선배, 동기들을 짐승처럼 끌고 가던 경찰의 모습에 분노하고, 책을 읽지 못하게 하고 노래마저 부르지 못하게 한 야만의 금지 리스트에 절망하며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불렀던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이다. 35년의 세월이 흐른 2016년 10월 13일. “위대한 미국 음악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낸 밥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한다.” 스웨덴 한림원이 미국 팝가수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음유시인으로 불린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선정 소식에 “문학에 대한 몰이해와 테러”(조재룡 문학평론가) “노래와 시는 밀접하게 연계됐다. 딜런은 음유시인적 전통의 명철한 계승자다. 스웨덴 한림원의 위대한 선택”(소설가 샐먼 루시디) 등 국내외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하지만 찬반의 입장에 선 사람 모두 밥 딜런 노래의 진정성을 인정한다. 그 노래가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생명의 문화를 꽃피우는 데, 정의의 강을 흐르게 하는 데 아름다운 영향력을 미쳤다는 사실을 긍정한다.
“밥 딜런의 시는 사람이지만 사람이라고 불리지 못한 사람들, 자유가 없는 사람들, 전쟁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을 위해 ‘사람답게 살 권리’, ‘생명을 지킬 권리’를 위해 싸우는 저항의 목소리, 그리고 ‘다른 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으로부터 나옵니다. 그가 다른 유명한 시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시들은 책 속에 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고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가 ‘영미시 산책’에서 적시한 내용에도 공감할 것이다.
민중의 언어로 인간과 역사의 진보적 전망과 열망을 거침없이 표현했던 밥 딜런의 노래를 분노와 절망 속에서 불렀던 대학 1년생은 35년이 흐른 뒤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 선정 소식을 들으며 2016년의 한국을 본다. 수많은 사람이 연일 터져 나오는 최순실과 차은택의 각종 의혹에 분노하고 세월호 시국선언 문화계 인사 등 9473명에 대한 블랙리스트에 절망한다.
정치인과 관련 인사들은 권력을 무기 삼아 온갖 특혜와 부정을 저지른다. 자본을 독식한 상위 1%는 사람답게 살 권리를 파괴하고 수많은 사람을 빈곤으로 내몰고 있다. 불의와 사회악에 저항하며 인간답게 살자고 외치는 이에게 낙인과 배제의 블랙리스트 주홍글씨를 새긴다. “밥 딜런도 한국에 있었으면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것이다”라는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밥 딜런의 노래로 절망 속에 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불의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좌절과 고통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위로를 얻었다. 전쟁과 독재, 그리고 자본주의의 폐해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역사의 퇴행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2016년 10월, 밥 딜런의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The Times They Are A Changin)’를 부르고자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염원하며. 권력과 자본의 힘으로 불의가 정의를 압살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며 권력을 잡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분단이 평화와 통일로 극복되기를 기원하며. “한계선이 그어지고, 저주가 퍼부어지고 있다/… 지금 정상에 선 자들은 훗날 꼴찌가 되리라/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