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 대선] 클린턴, 3차 TV토론까지 완승...트럼프 반격 실패

입력 2016-10-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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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미국 중심부인 뉴욕을 시작으로 중부 미주리 주와 서부 네바다 주에서 열린 세 차례의 2016 미국 대선 후보의 TV 토론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막말과 인신공격으로 1, 2차 TV토론을 얼룩지게 한 두 후보는 마지막 3라운드까지 ‘이판사판’ 양상을 연출, 유권자들의 실망감을 자아냈다는 평가다.

19일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TV 토론 직후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승리했다는 응답률이 52%로 트럼프의 39%를 웃돌았다. 다만 ‘클린턴 승리’ 답변은 1차(62%), 2차(57%)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클린턴의 발언에 새로운 내용이 없어 1, 2차 토론 때보다 적은 사람이 클린턴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두 후보는 11월 8일 대선 투표 전 마지막 구두 대결을 펼쳤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우위인 클린턴이 뒷걸음질 칠지, 트럼프가 반격할지가 이날 토론의 최대 관심사였다. 이날 아이보리색 바지 정장을 입은 클린턴과 검은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맨 트럼프는 무대에 등장한 뒤 악수도 하지 않고, 90분간 대통령의 자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주제는 재정 적자와 사회 보장, 이민, 경제, 연방 대법원 인사, 세계 분쟁 지역 등 6가지였다. 1, 2차 TV토론과 마찬가지로 제3당인 자유당 게리 존슨과 녹색당의 질 스테인 후보는 평균 지지율이 15%가 넘지 않아 규정상 이날 토론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두 후보는 토론 초반 낙태 문제와 총기 규제 등의 주제에는 그나마 차분한 설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자질 문제가 나오자 한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이날 진행을 맡은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러스가 후보들에게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질문했다. 이에 트럼프는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며 그 이유로는 “추악한 상황을 목격했다. 매스 미디어들이 끔찍한 보도를 하고 있다. (투표일인) 11월 8일에 부정이 없었는지를 밝힐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선거 결과가 어떻든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반박,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징징거리지좀 말라고 말했다. 당신은 대통령 자질이 없다. 주요 정당의 후보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클린턴은 심각한 죄를 짓고 있다. 원래 출마가 인정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고 받아쳤다.

트럼프를 수세로 몰아넣은 음담패설 스캔들도 들춰졌다. 사회자가 “2차 토론회에서 트럼프가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이나 외설적인 표현을 둘러싸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 적이 없다’고 밝혔다”며 최근 그 여성들이 미국 언론에 나선 점을 언급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완전한 거짓말이다. 그 여자들은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랬을 거다. 범죄 행위다”라고 단정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여성들은 성적인 피해를 증언하고 있다”고 트럼프를 몰아붙였다. 이에 트럼프는 “나만큼 여성을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 (증언한) 여성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클린턴은 3만3000통의 편지를 처분했다. 의회와 미 연방수사국(FBI)에 거짓말을 했다. 감옥에 가야 마땅하다”고 반격했다.

이에 클린턴은 화제를 여성 문제로 다시 돌려 “트럼프가 집회에서 ‘(증언한) 그녀들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고 발언했다. 이것은 자신을 크게 과장되게 보이려고 한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 주제 중 하나였던 연방 대법원 인사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날선 공방을 펼쳤다. 클린턴은 “대법원은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기업과 부자의 의견을 반영해선 안된다. 여성과 성적 소수자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 선거제도는 대기업의 자금력에 의해 결정이 왜곡될 수 있지만 대법원은 그렇게 되어선 안된다. 새로운 판사를 선택할 때에는 돈에 현혹되지 않고 미국민의 권리를 최우선하는 인물로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최근 대법원에서는 총기 소유 권리를 인정한 수정 헌법 제2조가 존중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수정 헌법 제2조를 준수하는 인물을 선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총기를 보유할 권리는 존중하지만 연간 3만3000명이 총에 목숨을 잃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며 총기 구입시 신원 조사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두 후보는 이민 문제에도 한치의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이민 문제와 관련해 멕시코 이민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멕시코 접경 지역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자신의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멕시코 장벽을 선호한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장벽 건설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클린턴이 2006년 상원의원일 당시에 ‘국경 안전’ 확보와 관련한 법안에 투표했던 것을 지적하며 “클린턴 역시 장벽 건설을 지지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회자는 마지막으로 두 후보에게 “왜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클린턴은 “경제를 성장시키고 공정한 나라, 보다 나은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대통령 임무다”라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군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불법 이민 문제에 맞서야 한다.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90분간의 토론이 끝난 후에도 악수는 물론 눈길조차 주지 않고 사회자에게만 인사한 후 무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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