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가 브랜드를 앞세워 지방 도시정비사업에 진출하는가 하면, 중견업체들도 수도권 정비사업에 뛰어들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당초 도시정비사업은 대형건설사들의 주무대였다. 브랜드 인지도가 앞서는 만큼 관련 조합 등의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평순위 10대 건설사의 경우 주택시장 호황을 타고 지난해 적게는 1조 원에서 많게는 8조 원의 수주고를 기록하며 대형건설사들의 수익을 견인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도시정비사업에 중견건설사들이 뛰어들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시평순위 20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서희건설이 올해 도시정비사업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서희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1조 원 이상 수주한 ‘1조클럽’에 가입한 가운데 일부 대형건설업체들의 수주 실적을 제쳤다. 올 상반기에만 이미 1조973억 원의 수주 실적을 올리면서 대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서희건설은 그동안 쌓아온 지역주택조합사업을 기반으로 재건축·재개발, 뉴스테이 등으로 주택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서희건설은 1월 3876억 원 규모 ‘청주 사모1구역’ 주택 재개발사업(2586가구)을 수주한 데 이어, 2월에는 6449억원짜리 일산2재정비촉진구역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6월에는 648억 원 규모의 남양주 도곡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수주하는 등 눈에 띄는 수주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시공능력평가 19위인 태영건설이 경북 포항시 장성동과 경기 의왕시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도시정비사업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3000억 원대 수주고를 올린 호반건설도 서울 보문5구역 재개발 사업은 물론, 대림산업, 한진중공업과 함께 부산 범천4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 도시정비사업의 강자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이처럼 중견사들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정부가 2017년까지 신규 공공택지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과 지방의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신규분양을 해온 중견사들이 주택용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눈을 돌린 곳이 정비사업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 주택시장의 호조로 중견건설사들의 브랜드 가치가 커진 것 역시 호조세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 대상 지역을 지방으로까지 확대하며 공격적인 수주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림산업이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2조 원대 수주고를 기록하며 독주하는 가운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SK건설 롯데건설 등도 지방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브랜드를 앞세우고, 중견업체들은 더 나은 상품성 등으로 승부하고 있다”면서 “최근 공공공사 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당분간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성헌 기자 car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