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 “고속도로 자율주행차 상용화 오는 2020년 가능할 것”

입력 2016-10-2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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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협력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이경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이경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2020년경 고속도로에서 완전자율 주행차의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올해 말까지 모든 고속도로에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경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2020년경 고속도로에서 완전자율 주행차의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올해 말까지 모든 고속도로에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자율주행차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의 테슬라는 19일(현지시간) 주목할 만한 발표를 했다. 내년 말 출시되는 신차 ‘모델3’를 포함, 현재 생산 중인 모든 차량에 완전 자율주행 하드웨어를 갖춘다고 발표한 것. 테슬라를 비롯해 벤츠,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바람을 타고 국내에서도 기업과 대학교 연구소가 협력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착수했다.

이경수(54)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과 현대자동차가 협력의 주인공이다. 아직은 모든 도로나 길이 아닌 고속도로에서만 자율주행을 할 수 있지만, 이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5년 이내에 좁은 도로에서도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차량이 개발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17일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향후 산업과 사회에 미칠 영향, 자율주행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전망했다. 그는 국내 대학 자율주행 면허를 최초로 보유했을 만큼,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 교수와 연구팀은 요소 기술을 통합한 안전 시스템 분야에서 최고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스웨덴에서 열린 능동안전 관련 학회에서 최고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와 완전자율 주행차 개발은 어떻게 논의됐고, 개발은 어느 단계까지 이뤄졌나?

“2010년부터 차량 통합안전시스템과 관련한 컨소시엄을 열어 서울대, 카이스트, 아주대가 공동으로 안전기술과 관련한 공동 연구를 해왔다. 여기에 현대차의 지원으로 안전 기술뿐 아니라 자율주행에 관한 연구도 이어왔다. 올해 5월,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한 것도 현대차에서 지원하는 ‘차량통합 안전제어 공동연구실’에서 만들었다. 이곳에서 공동 연구를 통해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한 뒤, 국토교통부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대한 임시허가를 받아 시험 주행에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에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을 통합해 현대차의 전기차 플랫폼과 융합할 것이다.”

△완전자율 주행차는 언제쯤 완벽한 기술력이 갖춰질 것이라고 보는가?

“2020년쯤에는 일반도로는 힘들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올해 말까지 모든 고속도로에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가능하도록 연구할 계획이다. 우리가 기술을 개발하고 현대자동차가 상품화하면 2020년쯤 투입이 가능할 것 같다.”

△현재 자율주행차를 가장 잘 만들고 있는 회사는 어디로 평가하는가?

“안정성 있고, 상품성이 뛰어난 곳은 독일 회사들이다. 그중에서 꼽자면 단연 벤츠다. 벤츠는 레이더 센서 등의 카메라 기술과 통합 인지능력에서 다른 회사들보다 앞서 있다. 또한, 스테레오 카메라(사람 눈의 원리를 이용해 거리와 사물을 인지), 레이더, GPS, 세부 모듈에 관련한 기술도 뛰어나다. 현재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주목 받고 있는 미국의 테슬라는 과도하게 앞서가려 하는 경향이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 주도권이 자동차에서 IT 회사로 넘어갔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구글이 투자해 봤자 얼마나 되겠나. 그들이 생산하려 하는 자율주행차는 현재 자동차 업계가 만들려고 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술 개발만 할 뿐이지, 실제로 자율주행차를 양산해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 구글과 같은 IT업체들이 만드는 자율주행차는 근거리의 일부 제한된, 좁은 범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의 자동차 시장을 대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금 단계에서 IT업체가 자동차 시장을 대체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현대차와의 협력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무엇인가?

“환경센서 기술이다. GPS를 통해 디지털 지도에 있는 주위의 환경 정보를 얻어내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어디에 있고, 주위에 도로가 어떤 형태인지, 주변의 차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센서로 파악한 뒤, 그 정보들을 종합해서 상황을 인지·판단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펼쳐 화제가 된 알파고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차량이 상황을 파악해서 관련 모터나 장치가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사람이 대응할 수 없는 단계에서도 차량이 직접 판단해 안전한 상태로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안전주행 기술이나 통합 안전제어 방식은 어느 정도 구현이 됐나?

“현재 교차로나 신호등이 없는 고속도로에서 98% 정도 구현이 된다고 보면 된다. 아직 교차로·신호등이 있는 일반도로는 100% 가깝게 인지할 수 없다. 교차로의 경우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호등이나, 시야에 가려진 차량에 운전자가 탑승한 차량의 정보를 보내는 기술 등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가야 일반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위험을 감지했을 때 안전 제어를 하고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은 더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다. 이 부분은 5G 통신기술을 이용해 통신사들이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안다. 그런 통신기술에 대한 비용 지급과 단말기 모듈 사용 비용, 정보제공 범위 등 단계별로 협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

△현대차와의 협력은 언제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나?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다. 단계적으로 기술이 발전·확산되면 자연스럽게 시장도 커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안전제어 기술이 최고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안전제어 기술은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협력은 끝없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현대차의 연구진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이고, 해외 글로벌 업체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연구원 개개인으로 따지면 현대차에는 매우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 독일 연구원들보다 실력이 낫다고 평가한다. 다만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이 필요한데, 현대차는 다른 글로벌 업체에 비해 그 인력이 부족한 편이다. 타 글로벌 업체들은 연구원이 약 3만 명에 달하는데, 현대차의 연구원 수는 1만~1만2000명으로 1인 2역을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자제어 기술, 자동차제어 기술과 관련된 연구소들이 잘 갖춰져 있어 인력도 풍부하다. 산학 협력도 긴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계 최고가 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차를 지원하는 컨트롤타워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비해 유럽은 1990년대 후반부터 국가 차원에서 장려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자율주행차에 대한 산학협력이 긴밀한가?

“일본의 경우 회사를 중심으로 연구 협력이 활발하다. 회사가 모든 지원을 할 수 없는 노릇이라,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도 상당하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통신체계·GPS·도로 상태 등 인프라는 국가에서 도와줘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도 안전 자율주행차를 평가하는 기관이 곧 생기는 만큼. 기대되는 부분이 많다.”

△2020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산업과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이동수단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훨씬 편하고 효율적인 교통 수단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운전하기 힘든 노인들을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이동시켜 주거나, 무인 셔틀이 오가며 사람들을 특정 위치까지 옮겨 줄 것이다. 출·퇴근 때에는 운전을 하지 않아도 돼 피로감이 줄어들 것이고, 자율주행택시·자율주행버스 등 새로운 서비스도 많이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자율주행차 관련 부품산업이 호황을 누릴 것이다. 그만큼 기업들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고 본다.”

◇이경수 교수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에서 차량 동역학 및 제어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같은 학교의 기계공학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 대학원 기계설계학과 석사를 마쳤다. 이후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전기전자 모듈이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전송할 때, 차량 관점에서 제어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내년 1월에는 현대차와 협력해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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