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금] ‘디젤 게이트’ 후 빨라지는 자동차 혁명

입력 2016-10-24 10:52 수정 2018-02-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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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 세르비아 대사

독일 사람들의 자동차 사랑은 유별나다. 독일에서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의 주축을 이루며 독일인들의 자긍심을 대변하는 분야이다. 1937년 국민차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폴크스바겐(Volkswagen)은 독일의 경제 발전과 함께 성장하며 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독일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자동차다. 독일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인 폴크스바겐은 전 세계 30여 개의 공장에서 직원 61만 명이 12개의 브랜드를 생산한다. 사람들은 폴크스바겐이 기술적인 면과 친환경적인 면에서 모두 높은 수준을 보유한다고 신뢰했다.

2015년 9월 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폴크스바겐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발표했다. 폴크스바겐 측이 배출가스를 저감토록 조작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소위 이 ‘디젤 게이트’는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폴크스바겐이 전 세계에 판매한 디젤 자동차는 약 1100만 대에 달한다. 그중 2009년부터 2015년 사이 미국에 판매한 디젤차는 48만2000대다.

현재까지 폴크스바겐은 미국 소비자 당국과 150억 달러를 배상키로 합의했다. 이 액수는 지금까지 자동차 분야에서 지불한 어느 배상금보다 높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현재 미국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와 법정 분쟁이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과의 법정 소송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체적 배상 규모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폴크스바겐이 ‘디젤 게이트’로 지불할 총 규모는 약 2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총 배상 규모가 200억 달러 수준이면 폴크스바겐이 감당할 수 있으나, 만약 500억 달러까지 올라가면 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폴크스바겐의 구조 개편과 직원 감축은 예상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잃은 것은 경제적인 손실만이 아니다. ‘디젤 게이트’로 기업의 명성과 이미지 실추, 국민과 소비자의 신뢰를 배신한 기업이라는 멍에도 남아 있다. 기업 창립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폴크스바겐이 다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수출 대국인 독일이 자랑스러워하는 ‘Made in Germany’ 신화에도 오점을 남겼다.

그런데 ‘디젤 게이트’ 후 폴크스바겐 판매가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016년 들어 폴크스바겐 판매량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9월 말까지 폴크스바겐은 전 세계에 437만 4900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0.6% 증가했다. 9월 말까지 중국에만 213만3100대를 판매해 지난해 대비 11.4%의 증가를 보였다. 미주지역에서의 폴크스바겐 판매는 감소했지만, 현재 추세라면 올해도 총 판매 수 1000만 대를 돌파하며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디젤을 제외한 다른 차종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폴크스바겐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후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친환경 자동차 개발 속도가 급진전하고 있다. 최근 독일 연방상원은 앞으로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이 장착된 자동차 생산을 금지하는 법안을 합의했다. 2030년부터 독일의 모든 신규 등록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에 국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독일 연방상원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2030년부터 모든 EU 회원국에도 똑같은 규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EU 법안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한다는 법안을 이미 합의했다. 한편 EU는 2023년까지 유럽에서 모든 새 건물 건축 시 전기자동차 충전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큰 건물의 주차장에는 10대 중 1대꼴로 전기자동차 충전 장치 부착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 전기자동차의 생산과 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주행거리 문제가 해결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200km 정도였던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올해 초 BMW 측이 300km로 확장했는데, 머지않아 오펠은 주행거리 500km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아우디는 2019년까지 주행거리 600km 도달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의 평균 주행거리가 400km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자동차 3대 중 1대는 전기자동차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3분의 1은 중국에 판매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2015년에 이미 15만 대의 전기자동차 구입을 결정했다.

전기자동차,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가 대량으로 생산되기까지는 배터리 밀도 개선, 전력 변환 장치 기능 향상, 차체 경량화 등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지만, 친환경 자동차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의 친환경차 점유율이 30%, 2030년까지는 50%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와 함께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달은 최근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로도 확대되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를 선점하기 위해 이미 모든 자동차 기업과 IT 기업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차 개발과 생산에는 기존 자동차 생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건은 세계적으로 친환경차 개발 속도를 급진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친환경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새로운 자동차 시대를 맞이할 날이 먼 장래가 아닌 것 같다.

◇독일의 환경정책 추진 동향

환경문제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라고 자부하던 독일 사람들은 폴크스바겐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독일은 1969년 사민당 주도의 빌리 브란트 정부가 들어서면서 환경정책을 도입했다. 1972~1973년 세계 석유 파동을 겪은 후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1974년 환경청이 신설되었고,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강화와 함께 1980년 녹색당이 창당되었다. 1986년 6월 우크라이나에서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한 5주 후, 당시 콜 정부는 연방 환경부 신설을 결정했고, 모든 주정부에도 환경부가 신설되었다.

독일 환경정책의 원칙은 ‘원인 제공자 우선 책임’, ‘환경훼손 예방정책’, ‘환경훼손 가능물질 대체’, ‘분야별 협력 강화’ 등이다. 환경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강화를 위해 유치원에서부터 친환경 교육을 실시했고, 1980년대 초 모든 가정 대상으로 분리수거제도를 도입했다. 모든 기업도 친환경 물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친환경 물품 개발과 생산에 선두적 역할을 하고 있다. 친환경 정책은 일자리 창출과 수출에서 독일 경제의 중요한 주축을 이루고 있다. 동시에 농촌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1년 5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직후, 핵 발전 산업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민간 전문가로 ‘에너지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대대적인 국민토론 과정을 거친 후, 2022년까지 독일에 가동 중인 원전 17기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전 폐기의 대안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 ‘주택의 에너지 효율 등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소비 절약’ 정책 등을 채택했다. 2016년 6월까지 독일의 원전 9기가 이미 중단되었고, 남은 8기도 차례로 폐쇄될 예정이다.

2015년 12월 전 세계 195개국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체결된 ‘파리 기후변화 협정’은 10월 4일 EU의 비준으로 현재까지 73개국이 비준, 올해 11월 4일부터 발효될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의 재앙을 막기 위해 2021년부터 선진국이 개도국에 매년 1000억 달러를 지원하며 지구 온도를 1990년 대비 2도 이하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파리협정은 모든 산업의 친환경 정책 강화 의무와 나아가 화석 연료 자동차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2014년까지 27% 감축했고, 2020년까지 40%, 2050년까지 80~95%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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