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산별교섭은 한국 현실과 안맞다”

입력 2007-09-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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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전환비용 과다·효율성 저하 주장…‘산별노조 전환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초기 전환비용이 많이 소비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은 한국 노동여건에 맞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산별노조 전환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산별노조가 교섭을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측의 호응이 있어야 하지만 사용자측은 ‘분규의 대형화’, ‘정치투쟁’, ‘이중·삼중교섭’, ‘근로조건의 상향 평준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산별교섭에 나서고 있지 않아 우리 노동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부작용으로 “산별교섭을 요구하는 노사분규가 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는 2004년 산별교섭 사용자단체 구성과 관련하여 13일간의 산별총파업을 감행했고, 금속노조는 2007년 임단협에서 완성차 4사 등 산별노조 전환 사업장에 대해 산별교섭 참여를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노동계는 10.3%의 낮은 노조 조직률을 끌어올리고 2009년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이 금지됨에 따라 산별노조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노동계는 산별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장을 표적으로 삼아 집중투쟁을 전개하는 등 근로조건이 아닌 교섭방식을 놓고 노사갈등을 분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에 발생한 노사분규 253건 중 금속노조가 속한 기계·금속업종의 노사분규는 131건으로 전체의 51.8%를 차지했다. 산별교섭이 노사갈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산별교섭은 교섭기간, 교섭구조, 파업양상 등이 기업별 교섭에 비해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교섭기간이 평균 3개월로 기업별 교섭이 평균 1.5~2.3개월 소요되는 것에 비해 길고, 이중·삼중교섭, 총파업 및 표적투쟁 등의 교섭비용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몰고 왔다.

또한 법적으로 기업지부별 독자적인 단체협약이 가능하므로 ‘2004년 보건의료노조 서울대병원 파업’처럼 기업지부가 산별협약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교섭기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고, 외국과 달리 해마다 교섭을 하는 점도 교섭비용을 늘리는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독일,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 교섭단위가 산별노조에서 기업이나 공장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는 것이 지배적인 국제적 흐름에 비춰볼 때 산별노조 및 산별교섭은 시대역행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상의는 산별교섭의 부정적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앙-지역-지부 등 이중·삼중교섭 부담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장치 마련, ▲한미 FTA 저지 총파업과 같은 정치투쟁 탈피, ▲지역수준의 노사협약 또는 업종별 협의체의 중장기적인 운영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표적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실제 교섭행태를 보면, 산별노조 및 산별교섭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중교섭 부담, 대형 정치파업 등 산별교섭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해소해 주지 않는다면 사용자들이 산별교섭에 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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