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 신중해야”

입력 2016-10-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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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도입에 관한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보다는 적절한 손해배상 산정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확대도입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와 법체계가 유사한 유럽연합이 미국식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포기하고 그들의 법문화에 적합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듯이 우리도 체질에 맞는 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두얼 명지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의 도입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법체계 자체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하도급법 등 일부에서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전혀 기대효과에 못 미치고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다양한 법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했다.

김 교수는 “법원의 손해배상 산정 기준을 정상화하는 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정공법”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법원은 실제로 발생한 손해를 포괄적으로 배상하는 것을 보상액 산정의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그 기준이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나선 문상일 인천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일부 영미법계 국가 외에는 거의 없는데, 굳이 법체계가 다른 우리나라에서 도입하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무리하게 확대 도입하기보다는 손해의 기준과 범위에 피해자의 기회 비용과 거래 비용의 경제학적 비용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법원의 실무가 개선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라고 말했다

집단소송제 확대도입과 관련해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유사한 유럽연합(EU)에서 지난 10년 간 진행됐던 집단소송제 개선논의와 그 결과물로 2013년 6월에 발표된 권고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제외 신청을 하지 않는 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잠재적 피해자들에게까지도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집단이 명확히 확정되지 않아 무익한 소송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EU논의에서 배제됐다는 설명이다.

신 실장은 “미국은 유사한 법적보호 수단을 갖춘 유럽보다 GDP에서 차지하는 분쟁해결 비용의 비율이 3배 가까이 높은 국가”라며 “우리나라에서 미국식의 제외신청형이 집단소송제의 전형인 것처럼 인식되며 법안이 제출되고 도입이 논의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의 집단소송제 도입논의는 미국식 모델만을 고집하고 있는데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입법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세미나의 좌장을 맡은 김선정 동국대 교수 역시 “외견상 강력해 보이는 제도들이 많은 사회적 비용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소비자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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