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식 경영에 바란다

입력 2016-10-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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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산업1부 기자

“삼성은 지난 1986년도에 망한 회사입니다. 지금은 잘해 보자고 할 때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때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삼성전자 사장단회의에서 한 말이다.

국내 대표 기업이자 초일류기업인 삼성이 새로운 변화의 앞에 섰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야기된 초유의 위기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다. ‘뉴삼성’을 이끌 이재용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무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삼성의 조직문화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리더에게 지워진 숙명적인 부담도 있겠지만, 어쩌면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인지도 모른다.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를 전무후무한 위기로 빠뜨린 대규모 리콜 사태와 마찬가지로 갤럭시노트7 문제는 '복잡성 폭발'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역사가 깊은 기업일수록 복잡성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1000만 대 이상을 리콜한 도요타가 다시 시장의 절대 강자로 돌아올 수 있었던 데는 창립 이념으로 돌아가자는 아키오 사장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이건희 회장은 자기혁신의 경영철학을 강조하며 신경영을 선포했고, 이후의 변화는 삼성을 일류 기업으로 이끌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에서 번 돈으로 스마트폰에 투자하며 삼성을 키우고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듯, 이 부회장 또한 스마트폰으로 번 돈을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삼성은 천재 경영자가 이끄는 애플이나 페이스북과는 다르다. 삼성은 협업을 통한 혁신과 변화에 익숙한 조직이다. 이 부회장은 잘하는 사업에 집중하자며 방산·화학 계열사를 매각하는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패스트 팔로어’에서 시장의 절대강자인 ‘퍼스트 무버’로 탈바꿈할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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