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부동산업계 맹주될 듯

입력 2016-10-26 10:55 수정 2016-10-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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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ㆍ재개발시장 장악하면 대형건설사 힘 못써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부동산 관련 사업 가운데 가장 전망이 밝은 업종은 부동산신탁업이 될 것 같다.

앞으로 10년 안에는 매출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건설사보다 수익을 더 내는 부동산신탁사가 등장할지 모른다. 지금 돌아가는 시장 분위기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메이저 건설사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지만 좀 시간이 흐르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조만간 아파트 붐은 꺼질 게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주택 건설사의 일감이 줄어 수익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분양이 제대로 안되는 현장을 맡았을 경우 엄청난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그동안 무리하게 덤볐다가 공중 분해된 주택업체를 수없이 봐 오지 않았던가.

지금 잘 나가는 대형 건설사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해외에서 얻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수익성이 없어 적자 투성이다.

어쩌면 국내 아파트 건설에서 번 돈으로 해외 적자 분을 메우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게다.

아무튼 최근 2~3년 동안 대형 건설사는 큰 재미를 봤다. 금융위기 이후 사경을 헤매다가 정부가 주택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바람에 되살아났다.

하지만 그런 화색도 얼마가지 않을 듯싶다.

몇 년 지나면 주택건설 물량은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확률이 높아서다. 현재도 집이 남아도는 형국인데 집 살 사람이 그렇게 많겠는가. 주택 물량이 감소하면 건설사의 살림살이는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앞으로 주택시장을 떠받칠 상품은 기존 도시 내 재건축이나 재개발사업이 될 듯싶다. 정부가 주택 공급과잉을 우려해 신규 택지 개발을 더 이상하지 않겠다고 밝힌데다 도시 외곽의 주택 수요는 대폭 감소할게 뻔하다. 결국 수요가 있는 기존 도시안의 부동산 개발만 활기를 띠지 않겠느냐는 얘기다.이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이 주요 주택 공급원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대형 건설사가 주도했던 이런 재건축ㆍ재개발사업도 부동산신탁사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조합 형태로 진행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부동산신탁사가 조합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직접 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 역할을 하게 된다는 소리다.

신탁사 추진 방식은 현행 조합형태보다 비용을 대폭 절약할 수 있어 아파트 주인들 입장에서는 신탁사를 적극 지지할 수밖에 없다.

조합 집행부의 비리도 없어지고 공정한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공사비를 엄청 줄여 주민의 이득이 그만큼 늘어나는 데 누가 신탁사를 마다하겠는가.

초기에 들어가는 사업비 조달에서부터 온갖 업무를 자기 사업처럼 처리해 사업비를 10~20% 감축시켜준다면 신탁사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

사업을 시행해 주는 대가는 사업 금액 등에 따라 다르지만 총 사업금액이 1천억원 대의 경우 신탁수수료가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정도의 돈을 들여 그 돈의 몇 십배 이득을 주민들이 얻게 된다면 신탁 방식의 재건축·재개발사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동안 부동산신탁사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시행사로 나설 수 없었으나 지난해 말 관련 규정이 바뀌어 가능하게 됐다.

그래서 한국자산신탁·한국토지신탁·코람코자산신탁과 같은 대형 신탁사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에 적극적이다.

한국자산신탁은 서울권 주요지역 재건축사업 합동 설명회를 통해 “왜 신탁사가 유리한지”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전을 벌이는 중이다.

한국토지신탁이나 코람코신탁도 개별 현장을 찾아 수주 활동에 열을 올린다.

신탁사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대형 건설업계는 매우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신탁사가 사업을 맡게 되면 건설사는 단순 도급공사자 처지로 바뀌어 그동안 챙겼던 이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개발사업에 대한 지식이 적은 조합 집행부 덕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 신탁사가 시행사가 될 경우 이런 일이 불가능해져 건설사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건설업계는 국토교통부 등에 신탁사의 재건축 시장 진입을 적극 저지하는 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덩치가 적은 부동산신탁사가 어떻게 엄청난 규모의 재건축·재개발사업 시행을 맡을 수 있을까.

일종의 금융기관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모자라는 자금을 조달하면서 개발업무를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 설계변경 등을 통한 건설사의 편법은 불가능해진다.

물론 신탁사 직원이 시공사와 짜고 공사비 등을 높여주는 비리는 벌어질 수 있다. 주민 개개인이 신탁사에게 모든 것을 위임해 놓은 상태여서 비리를 감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행사인 신탁사를 감독하는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지 않는 한 감독은 어렵다.

신탁사는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돌아가는 것을 감시토록 하면 된다지만 이들이 개발사업에 대해 무슨 지식이 있겠는가. 형식에 불과할 것이라는 소리다.

그래도 신탁사의 입지는 강화될게 확실하다.

사업 구조가 개발사업이 망가져도 신탁사의 손해는 별로 없는 식으로 돼 있어 적극적인 수주활동이 예견돼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자산신탁과 같이 그룹 내 개발회사·자산운용사·캐피탈사까지 갖춰져 있는 경우 시너지 효과가 뛰어나 시장을 장악하는데 훨씬 유리하다.

신탁사업계는 올해 최대 호황을 누렸다. 부동산 시장이 좋은 점도 있었지만 안정성을 갖춘 영업구조로 인해 손실이 없는 것도 크게 작용된 듯하다.

올 상반기 11개 신탁사의 영업 이익은 193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당기 순이익은 105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6개월만에 지난해 전체 실적을 넘겼다.

이가운데 하나자산신탁은 자회사 매각 이윤이 포함돼 5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그 다음은 한국토지신탁 392억원, 한국자산신탁 248억원,KB부동산신탁 165억원, 코람코신탁 140억원 등의 순이다.

순이익이 이정면 어지간한 건설사 보다 장사를 잘한다는 소리다.

게다가 앞으로 수수료 덩치가 큰 재건축 사업 등의 시행을 맡게되면 신탁사만큼 재미를 보는 업종은 별로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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