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증시 직격탄] ‘이상급락’...탄핵·하야 예감?

입력 2016-10-26 17:55 수정 2016-10-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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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다음날인 26일, 코스피지수가 한때 3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등 국내 증시가 크게 휘청거렸다.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증시에 비해서도 큰 폭의 하락이다. 일각에서는 주식 투자자들이 정치권 소용돌이로 부각되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발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26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23.28포인트(1.14%) 떨어진 2013.89포인트에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장중 2002.29포인트까지 밀려나며 한 달만에 20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오후들어 기관이 순매수로 전환하며 지수방어에 나서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2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는 흐름이었다는 관측이다.

이날 시장은 여러 부분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 있었다. 우선 외국인의 대량 선물매도다. 외국인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1조629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같은 순매도 규모는 지난 2007년 11월 8일(1조7264억 원) 이후 9년만이 최대치다. 하루 선물 매도 금액 가운데에는 역대 6번째다. 업종별 지수를 봐도 순환매 장세를 보이던 전날까지와는 달리 이날은 일부 전기가스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일제히 하락했다. 전형적인 ‘투매 장세’였던 셈이다.

이같은 급락세의 원인으로는 우선 지난밤 국제유가의 하락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날 국내증시의 낙폭을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제유가 하락은 낙폭이 크지 않았던 데다 비교대상 증시 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중국 지수는 0.42%, 인도 증시는 0.83%, 대만지수는 0.24% 각각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일본 니케이지수는 오히려 0.15% 올랐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를 이날 증시 급락의 주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탄핵’, ‘하야’ 등이 언급되고 있는 정치상황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에 국내 경기흐름 자체에 부담이 있던 상황에서 정권이 흔들리자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대응능력에 대한 우려 등이 방아쇠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 사례를 보면 지난 2004년 3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 당시에도 증시가 오늘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당시 900포인트를 넘겼던 주가지수는 장중 5%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4개월간 20% 넘게 하락하며 700포인트 부근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외국 사례를 보면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증시가 급락했고, 최근 브라질에서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이슈가 진행되는 동안 브라질 증시가 곤두박질쳤다.

다른 업종에 비해 건설업종이 크게 움직인 것도 정치적인 이슈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 코스피 건설업지수는 전일대비 2.67% 하락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통상 정권교체 시기가 되면 건설투자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탓에 시장에 심리적 불확실성이 야기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날 건설업종 낙폭도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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