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반덤핑 규제 표적된 한국… 철강ㆍ화학 등 보호무역 희생양

입력 2016-10-27 11:00 수정 2016-10-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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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확산, 위기의 韓수출

올해 상반기 동안 세계 주요국 간 교역액이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해 2010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적 경향은 점차 강화되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 대외변수 장기화에 수출 부진 심화 =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한 28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를 기록한 것이어서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품목별로는 13대 품목 중 컴퓨터를 제외한 모든 주력 품목이 감소세를 보였으며, 지역별로는 베트남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 지역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 감소율은 세계 수출 상위 10개국 가운데 영국 다음으로 큰 것이다. 세계 수출이 상반기 중 5.1% 하락한 반면, 우리 수출은 10% 하락하며 영국(-10.8%)과 함께 가장 큰 폭의 수출 감소세를 기록했다.

세계 무역량이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빠르게 둔화하면서 세계 GDP 대비 세계무역액의 비중이 2011년 50.6%에서 2015년 45.2%로 하락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무역량 증가 속도가 세계 GDP 성장률보다 낮아진 이유로 글로벌가치사슬(GVC) 확장세 둔화와 함께 보호무역주의, 디지털경제, 이커머스(E-commerce)의 성장 등을 들고 있다.

한국 수출이 G2(미국, 중국)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의 중속성장 기조 전환으로 공급과잉 산업의 밀어내기 수출이 나타나고 있으며 철강, 화학을 비롯한 일부 제조업에서 수출 감소로 만성적인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중속성장 정책 추진 결과, 중국의 GDP는 지난해 6.9% 성장에 이어 올해도 6%대로 성장 중이며, 중국의 수입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 축소, 중간재 자급률 상승으로 인한 중간재 수입 감소, 노동집약 산업의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중간재 수입 수요 감소가 뚜렷한 실정이다.

◇한국, 반덤핑규제 3번째로 많아… 철강ㆍ화학 집중 = 최근 세계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보호주의 강화 추세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입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경기 부진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선거 국면과 맞물리면서 지정학적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현재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인 클린턴(민주당)과 트럼프(공화당) 모두 보호무역을 강조하고 있어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호무역이란 자국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타국 기업을 상대로 관세, 비관세장벽(기술장벽ㆍ위생 및 검역·원산지 규정), 무역규제(반덤핑ㆍ상계관세ㆍ세이프가드) 등의 조치를 취해 수출을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31개국에서 총 1545건의 반덤핑 규제를 실시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06건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 한 해 동안 새로 시작된 반덤핑 조사 개시는 230건으로 2014년의 236건에 비해 6건 감소했으나 조사 빈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반덤핑 규제를 많이 취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265건), 인도(226건), 브라질(155건), 터키(143건) 등이다. 미국의 수입규제 조사개시 건수는 2012년 16건, 2013년 58건, 2014년 37건, 2015년 64건, 올해 1~8월 48건으로 증가했다.

반덤핑 규제를 받는 나라를 보면 중국이 543건으로 가장 많고, 대만 103건, 한국 98건, 미국 71건, 태국 68건 등의 순으로 우리나라는 중국, 대만 다음으로 반덤핑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덤핑 규제를 받는 품목을 산업별로 보면 금속이 47건, 화학이 23건, 플라스틱 11건, 섬유 10건 등이다. 반덤핑 규제 조치가 이뤄진 것을 기준으로 보면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21년간 규제의 6.9%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지난해에는 6.6% 비중을 차지했다.

보호무역 조치가 없었던 상품의 2012~2015년 실질 수입증가율이 2003~2007년 대비 5.7%포인트 감소한 반면, 무역장벽이 있었던 품목은 7.4% 포인트 감소해 더욱 부진한 실정이다.

실제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는 제조사가 아닌 상사를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아시아의 또 다른 국가는 석유화학 제품에 대해 고율의 휘발유세를 부과했으나 자국산 제품에는 이를 부과하지 않는 보호무역 조치를 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요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수입규제 등 통상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 석유화학 등 업종에서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건의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의 세계 무역은 신흥국 경기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장세 둔화, 중국 경쟁력 강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어 신흥국 투자 붐이 있었던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보호무역주의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수출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수출 구조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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