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시와 한문시의 조화… 김일로 ‘송산하’ 다시 읽기

입력 2016-10-28 10:47 수정 2016-10-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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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교수‘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출간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과 교수는 “김일로 시인이 이룬 ‘한국시의 새로운 장르 개척’이라는 시학적 성과와 그의 시가 지닌 ‘짧음의 미학’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했다”며 책 출간 의의를 밝혔다.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과 교수는 “김일로 시인이 이룬 ‘한국시의 새로운 장르 개척’이라는 시학적 성과와 그의 시가 지닌 ‘짧음의 미학’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했다”며 책 출간 의의를 밝혔다.

“누구나 쉽게 외워 읊을 수 있는 이 짧은 시가 잊히고 만 것은 사람들이 한자와 한문을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병기(62)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고(故) 김일로(1911~1984) 시인의 한글시와 한문시를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시집 ‘송산하’가 널리 읽히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워하며 시 에세이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을 출간했다.

김병기 교수는 이 책을 통해 故 김일로 시인이 쓴 ‘송산하’의 한문시 부분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매 편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을 덧붙였다. 이 같은 작업을 ‘번역하고 보충해 서술했다’는 의미로 ‘역보(譯輔)’라 이름 붙였다. 결국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은 김일로 시집 ‘송산하’의 원문과 김 교수의 역보를 함께 담은 시 에세이다.

김 교수는 “김일로라는 잊힌 시인을 찾아내 그가 이룬 시학적 성과인 ‘한국시의 새로운 장르 개척’의 의미를 조명하고, ‘짧음의 미학’을 드러내 보이려고 노력했다”며 이번 책 출간의 의의를 밝혔다.

특히 그는 “‘송산하’의 한문시를 매 편 재번역하고 보충ㆍ서술함으로써 과거 시인과 현대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한자와 한문은 우리나라의 제2 언어로, 무수한 역사를 보존할 힘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시 연구자이자 국내 손꼽히는 서예가이다. 그동안 자신의 강의와 저서, 그리고 서예 작품 전시회 등을 통해 김일로의 시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한글시의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에는 감탄하면서, 한문시를 읽고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껴온 것이 사실이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김병기/ 사계절/ 1만4800원)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김병기/ 사계절/ 1만4800원)

이 때문에 그는 우리 민족은 한글과 한자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일본의 하이쿠보다 훨씬 짧으면서도 더 웅숭깊은 미를 구현할 만한 시를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에서 인문학을 연구하면서 한자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있어서 한자는 어떤 의미인지를 너무나 절실하게 느끼고 있기에 이 점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며 이번 저서가 한국문학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자와 한시를 통해 교류를 맺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이 책에 대해 “김일로의 시를 읽고 누가 시가 어렵고, 책이 재미없다고 할 것인가. 김일로의 시는 대단히 짧다. 자연에서 느낀 시정을 가볍게 던진 외마디의 단상 같기도 하다”면서 “그러나 그 시구에 주석을 달듯이 가한 한문 한 구절의 함축적 의미가 절묘하다”고 평했다.

아울러 “세상은 점점 책과 멀어지고 시와 멀어지고 한문과는 아주 담을 쌓고 있는데 그 이유는 책은 재미없고 시는 난해하고 한문은 더더욱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세상을 탓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책과 만나게 하는 것이 모름지기 지식인의 사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널리 조명받지 못한 김일로의 시를 현재로 다시 불러온 김병기 교수의 ‘역보’ 작업은 귀감이 될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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