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시스템 조사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H증권 직원이 고객의 자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또 벌어져 투자자는 물론 현장 조사를 벌이던 금융당국까지 당혹해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증권 여수 영업소 A 차장이 고수익을 미끼로 고객의 돈을 받아오다가 잠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 차장은 회사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고객의 돈을 받아 거래하면서 약속한 약정 이자도 챙겨 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고객만 수십여 명에 달하고 경찰서에 접수된 피해 신고액만 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추가 피해 고객들이 더 있을 것으로 우려, 피해 자금 규모도 최대 1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A 차장은 지난 24일 돌연 잠적했지만 이날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아직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 금액 규모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앞서 H증권 강서지점 차장 B 씨가 A 차장과 같은 수법으로 개인 계좌로 고객 돈 수십억 원을 횡령해 구속된 바 있다.
연달아 터진 H증권의 대규모 횡령 사건을 금융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현재 금감원 금융투자국은 H증권에 대해 내부통제 실태 점검을 진행 중이다. 통상 증권사들은 직원들의 횡령 사고를 ‘개인적 일탈 행위’로 일축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H증권 강서지점 B 차장의 경우 2010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고객들의 돈을 불법 운용해 금감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앞서 터진 사건을 수습하고 조사 중인 상황에 또다시 대규모 고객 자금 횡령사건이 터져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큰 충격일 것”이라며 “대형 증권사에서 그것도 금감원 조사를 받는 시점에 연달아 지점 직원의 횡령 사건이 벌어진 것은 사실상 내부통제에 실패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H증권 여수 영업소에 또다시 직원들을 파견해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강서지점 혐의자는 현재 구속됐고 개인채권채무 문제로 귀결된 상황이지만, B 차장이 받은 돈을 가지고 다른 증권사에서 돈을 굴렸다고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게 있어서 확인이 필요해 아직 검사가 종결되지 못했다”며 “이러한 행태의 사적거래로부터 일반투자자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나 완전 내부통제 실패로 몰고가기엔 무리가 있어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