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뱅크' 사업 위축세, 왜?

입력 2007-09-19 09:11 수정 2007-09-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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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탁자 법적 책임 면제 등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식품을 기탁받아 결식아동 등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푸드뱅크'가 기탁식품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푸드뱅크의 운영은 업체들이 물품을 시중에 판매한 뒤 유통기한이 남은 제품들을 기탁받는 방식인데, 이 같은 기탁 감소세는 소외된 이웃에게 나눠주는 취지는 좋지만,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식품사고에 대한 위험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총 278개의 전국적인 푸드뱅크 조직망을 통해 소외 이웃들에게 식품을 배분하는 사업이 위축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얼마나 기부되나= 기부식품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지난해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연도별 기부식품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3년에는 약 182억, 2004년 315억, 2005년 395억으로 매년 증가하다가 2006년에는 약 361억으로 전년에 비해 8.6% 감소했다.

이 때문에 푸드뱅크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현실. 푸드뱅크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은 무료급식 시설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농·어촌의 경우 관련 시설이 전무해 푸드뱅크에 대한 의존이 높다"며 "푸드뱅크의 어려움은 농어촌의 소외계층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을 제공하는 기부처를 분류해 보면 대형마트를 포함한 식품도소매업이 22.4%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기타 19.1%, 즉석판매제조업이 14.5%, 일반가정 14.3%, 식품제조가공업 13.9%, 집단급식소 10.5%, 식품접객업 5.3%로 집계됐다.

◆기부업체들이 왜 꺼리나= 기업들의 식품기탁 활동은 매우 소극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식품을 기탁하는 업체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비롯한 사회적 이익과 세제감면 혜택 등을 누릴 수 있지만 관련 업체들은 무엇보다도 '위험 부담'을 첫 손에 꼽는다.

실제로 한 패밀리레스토랑 관계자는 “판매하고 남는 음식이 많은데다가, 아무런 하자도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기부했다가 만약에 식품 사고라도 날까봐 염려된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는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사정을 반영, 식품기부를 '정상적인 유통의 이탈'로 간주,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식품기부보다는 자체 폐기하는 업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가지 제도적 보완 필요= 현재 푸드뱅크에 참여하는 주요 업체는 푸드뱅크 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CJ제일제당을 포함해 약 18개. 이 외에도 많은 식품을 기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탁처 발굴이 급선무로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푸드뱅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식품기부를 확대하기 위한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 정무성 숭실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기부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기한 내에만 제품을 넘겨주면 된다"며 "만일에 제품으로 인한 사고가 나더라도 업체는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처분하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은 상미기한(가장 맛있는 상태가 유지될 수 있는 기간)이 지나도 유통이 가능하며, 독일에서는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유통기한이 지났다 하더라도 보관상태에 따라 품질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회적 여론을 비춰보면 재고처리 차원에서 판매하고 남은 제품을 기부하는 데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정서가 있는데 이같은 '경직된' 사회적인 정서는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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