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한국을 아는 일본, 일본을 모르는 한국

입력 2016-10-31 10:43 수정 2016-11-0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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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협상 재개

한국 전체가 최순실 사건으로 시끄럽고 국민의 모든 이목이 이 사건에 쏠린 가운데 한·일 양국 정부는 10월 27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협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일본 측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11월에 재개해 연내 체결을 목표로 한다.

협정이 체결되면 한·일 간 군사정보 교환이 가능해지고, 특히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환영했다.

이 소식을 접한 미국 국방부는 2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협상을 4년 만에 재개하기로 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줄곧 한·일 양국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양국의 군사정보 공유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면서 군사정보보호협정 협상 재개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입장임을 확인시켰다.

이 문제에 대해 두 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다. 하나는 협정 체결 후에 한·일 간 군사정보 교환이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질 것인가이다. 즉 북한 관련 군사정보만 교환하는지, 기타 정보도 교환하는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일 사이엔 영토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영토 문제가 있는 두 나라는 군사협정을 체결하기가 어렵다. 한국의 경우 독도 문제와 관련된 군사기밀까지 일본 측으로 새어 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아무리 북한 정보만 교환한다고 해도 최순실 사건으로 알 수 있듯이 청와대의 국가기밀정보까지 쉽게 새어 나가는 대한민국의 정보보호 불감증을 생각할 때 일본 측에 군사정보뿐만이 아니라 독도 관련 정보를 포함해 온갖 정보가 새어 나갈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 한국이 일본에 벌거벗은 모습이 될 우려가 현실화된다는 얘기다.

두 번째 문제는 이와 같은 한국 측 체질에 있다. 일본은 한국 측 정보 확보에 매우 적극적이다. 한국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일본 민주당(현 민진당) 시절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한반도 유사 시 자위대가 한반도를 횡단하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민진당도 그런 입장인데 보수우익정권 자민당은 더욱 한국의 전체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원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일본인들은 일제강점기 한국을 철저하게 연구해 한국의 많은 정보를 일본으로 가져갔다. 그런 일본이 다시 한국 들여다보기를 본격화할 우려가 있다. 한국은 비밀을 지키거나 누설하지 않는 문화가 약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이번 협정으로 인해 결국 불이익을 당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크다. 한국 정부가 군사정보를 잘 관리하는지도 미지수다. 협정을 맺어도 이후 관리 단계에서 외부인의 유혹에 약한 현 정부가 바뀌지 않는 한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

한국 정부는 동북아시아에서는 러시아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이미 맺은 상태이고, 중국에 협정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올바른 정보기밀 관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일본 내 한국 보도의 원동력

일본의 언론은 최순실 사건을 보더라도 굉장히 빠르게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최대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에서는 일본 내 언론 보도뿐만이 아니라 한국 언론들의 일본어판 보도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등이 그 주역들이다. 이들 언론사의 일본어판은 한국 내 뉴스를 일본에 빠르게 전달한다는 장점과 함께 큰 단점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 국민용으로 쓴 한국을 폄하하는 듯한 기사, 칼럼들도 일본으로 많이 흘러들어간다. 한국을 벌거벗기고 그 치부까지도 다 남의 나라에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혐한 관련 일본 보도나 출판물들은 한국 언론의 일본어판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한국 언론도 인정하는 한국의 치부와 문제점”이라는 내용을 계속 내보내고 있다. 혐한 행동을 하는 일본인들에게 얘깃거리를 제공하는 주범은 한국 언론의 일본어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반면에 일본 언론에는 한국어판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은 일본 내 정보를 직접 접하기가 어렵다. 결과적으로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정보량으로 이미 커다란 차이가 생겼다.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해 거의 모르는 상황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이처럼 심각한 정보 불균형은 결국 국가적으로나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가토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증언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방에 관한 의혹을 기사화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산케이신문의 가토 데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27일 “최태민 씨와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정권 최대의 금기사항”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산케이신문을 인용해 중앙일보 일본어판도 기사를 내보냈다. 그 기사는 28일 야후 재팬 사이트의 국제뉴스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순위 2위에 올랐다.

보도에 따르면 가토 전 지국장은 현재 산케이신문 사회부 편집위원인데 그는 27일 “(이번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생명이 끝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중앙지검에서 조사받았을 때 검사가 집요하게 자신에게 물었던 것 중 하나가 최태민, 최순실 부녀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윽고 이 문제가 박근혜 대통령이 안고 있는 최대의 급소라는 걸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 부자와의 교우관계야말로 박근혜 씨가 숨겨야 했던 것들이고 정권 최대급의 금기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임용한 고관 인사에서 실책을 되풀이했다. 방미 중에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청와대 대변인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인사를 누구에게도 의논하지 않고 혼자 단행했다고 지적돼 왔으나, 그 배후에 최순실 씨가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칼럼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던가?’를 써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바 있다. 한국 법원은 칼럼 내용이 허위라고 했지만, 결국 가토 전 지국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검찰 조사에서 검사가 최태민 부녀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는 가토 전 지국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최순실 사건이 일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가토 전 지국장을 고소, 기소한 배후에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면 한·일 간의 외교 문제로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최순실 사건의 기원은 문세광 사건

일본 인터넷 신문 국제부분에서 28일 오전 11시 현재 가장 많이 읽힌 기사 1위는 최순실 사건이다. 일본인들이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여실히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 뉴스는 최순실 사건의 시작을 ‘문세광 사건’으로 봤다. 조총련계 재일동포 문세광이 한국으로 입국해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기도했으나 실수로 육영수 여사를 암살해 버린 사건(1974.8.15)이다. 이 사건 후 슬픔에 잠긴 박근혜 씨를 찾아간 사람이 최태민이었다는 얘기인데, 바로 최순실 사건의 시작이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데 일본인들이 주목한다.

일본 국민들은 지금 최순실 사건 보도에 이상할 만큼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청와대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는 일본어 기사도 인터넷에 올라가 있다. 일본인들의 지나친 한국에 대한 관심의 밑바탕에는 한국 언론의 일본어판이 있다는 사실을 또다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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