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입대하면 누구나 군번을 부여받는다. 현재는 맨 앞에 입대 연도가 두 자릿수로 나오고, 입대 장소와 그해 입대 순서 순으로 군번이 매겨진다. 우리나라에서 군번 1번을 받은 영광의 주인공은 이형근(1920.11.2~2002.1.13) 예비역 대장이다. 초대 육군참모총장 이응준(1891~1985)의 사위인 그의 군번은 10001이다.
이형근은 1942년 일본 육사를 졸업한 후 일본군 포병 대위로 복무하다가 광복 후 군사영어학교에 입교했다. 1946년 1월 대위로 임관하면서 미 군정청에 의해 국군 군번 1번을 부여받았다. 그런데 일본 육사 시절 선배이자 2대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던 채병덕이 크게 반발해 둘의 관계가 크게 틀어졌다.
이형근은 임관 후 국방경비대 제2연대장을 거쳐 초대 조선경비사관학교 교장과 국방경비대 총사령관 대리, 통위부 참모총장, 육군 제8사단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엔 제2사단장에 부임하고 제3군단장과 육군본부 교육총장을 거쳐 1951년 9월 초대 휴전회담 대표로 참여했다. 1952년 1월 육군 제1군단장을 맡아 351고지 전투 등에서 전공을 세웠다.
1956년 9월 제9대 육군참모총장에 취임했으며 1958년 퇴임하고 1년 뒤 대장으로 예편했다. 그 뒤 향군회장, 주 영국 대사로 활동했다. 회고록 ‘군번 1번의 외길 인생’에서 한국전쟁 발발 전 군 내부에 북한 동조세력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10대 미스터리를 제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한국 해군의 군번 1번은 해군 창설을 주도한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 공군 1번은 초대와 3대 공군 참모총장, 초대 공사 교장을 지낸 김정렬 전 국무총리다. 참고로 미군 군번 1번은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존 조셉 퍼싱 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