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한심한 청와대의 상황 인식

입력 2016-11-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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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금 청와대는 패닉에 빠졌을 수도 있다. 설령 자신들이 사실을 말한다 하더라도, 그 말을 그대로 믿을 국민들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히 당혹스러워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청와대의 대응이 이런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청와대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았다. 그 이유를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111조에서 찾았다. 형사소송법 111조(공무상 비밀과 엄수)는 공무원이 직무상의 비밀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할 경우 소속 공무소의 승낙 없이 관련 자료들을 압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110조에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 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물론 평상시 같으면 청와대가 이런 이유를 드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을 하려 했던 이유는 바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서 일개 한 국민에게 문서가 흘러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가 기밀 유출을 막고자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막고 나섰으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검찰이 원하는 자료를 청와대가 임의 제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검찰이 원하는 자료를 제출했다고는 하지만, 진짜 ‘의미 있는’ 자료도 제출했다고 생각할 만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청와대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해도 안 믿을 판인데, 이런 식의 행동으로 더욱 자신들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말이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라면 청와대가 먼저 검찰에 대문을 열어줬어야 했다. 그래야만 불신이 증폭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 검찰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최순실 사태를 자신들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검찰의 명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운이 검찰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는 있다. 검찰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수사를 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은 자신들의 마음속에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검찰의 그 어떤 수사 결과도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나마 땅에 떨어진 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조금이나마 살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지금처럼 국민들이 청와대와 정부 조직을 불신한다면, 어떤 정부의 행위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와 청와대가 처한 입장은 곤혹스러움 그 자체다. 그 진위는 분명히 따져봐야 하지만 외신들은 샤머니즘을 운운하고 있고, 국민들은 정부와 청와대를 불신하고 있으니, 어떤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한다 하더라도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고, 국방이나 국내 행정에 관한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하려 해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대단히 위중한 상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불신의 중심에 선 청와대가 앞으로 어떤 행동과 결심을 할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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