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8명을 포함한 경제학자 370명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냈다고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인 프린스턴대의 앵거스 디턴과 올해 공동 수상자 중 한 명인 하버드대의 올리버 하트 등이 이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세계은행(WB)의 폴 로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참여했다.
서한은 트럼프를 찍는 것은 위험하며 미국을 파멸시키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서한은 트럼프 주장의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밝혀 주목할만하다고 WSJ는 전했다. 서한은 “트럼프가 음모론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현실을 고의적으로 왜곡해 유권자들을 오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가 노동통계국과 같은 기관이 발표하는 경제데이터에 의구심을 품는 것에 반대하면서 그가 재정수지 적자를 줄일만한 신뢰성 있는 솔루션을 내놓지 못했으며 무역과 세금정책에 있어서도 잘못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는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있으며 실행가능한 경제정책 옵션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뒤로 하고 허황된 생각과 음모론만을 양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한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다른 특정 후보 지지의사도 없었다.
이번 서한에 서명한 2013년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나는 일반적으로 정치에 관여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트럼프의 선거전략이 미국 정부기관에 가한 파괴적 행위는 도덕적으로 매우 문제가 되는 이슈”라며 “이번 서한은 공화당 대 민주당의 대결이 아니며 일반적인 정치적 입장을 담은 성명도 아니다. 이는 선동가에 대한 분노”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19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별도로 클린턴 지지 서한을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대학과 싱크탱크, 기업에 속한 경제학자 약 306명이 클린턴의 정책에 반대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그러나 당시 서한은 이번보다 좀 더 이데올로기적인 면모를 보여 보수파가 싫어할만한 이슈인 건강보험개혁법과 세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에 반대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9월 서신도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