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도 있지만 쌀 소비는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2.9kg으로, 쌀 소비량이 가장 많았던 1970년 136.4kg의 절반(54%) 수준으로 감소했다. 쌀은 남아 돌고 이를 사들이는 정부의 재정 부담은 커지는 악순환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국민의 입맛을 되돌리기 위해 고품질 기능성 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최고 품질의 쌀은 쌀알 가운데(심백)와 쌀 옆면(복백)에 하얀 반점이 전혀 없고 ‘일품’ 이상의 밥맛을 지녀야 한다. 또 도정수율이 75% 이상(완전미 도정수율은 65% 이상)이면서 벼에서 발생하는 주요 병해충 2개 이상에 저항성을 가져야 한다.
현재까지 육성된 최고 품질 쌀은 삼광, 운광, 호품, 하이아미, 해담쌀, 청품 등이 있는데, 고품과 삼광, 호품은 일본의 ‘고시히카리’ 등 외국 품종과 비교해 밥맛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밥 이외에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단순히 ‘맛’만으로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힘들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맛에 영양 가치를 더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쌀로 눈을 돌렸다.
이렇게 탄생한 상품을 살펴보면 ‘조생흑찰’은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없애는 쌀이다. 위염균 독소 단백질 발현을 억제해 위염 치료와 예방에 효과적이다.
홍국쌀은 상주찰벼에 붉은 누룩곰팡이인 홍국균을 접종해 발효한 쌀이다. 홍국의 주요 기능 성분인 모나콜린K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 함량을 높이고, 해로운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춘다.
콜레스테롤 억제 활성이 일반 멥쌀보다 7배가량 높다.
눈큰흑찰은 배아인 쌀눈이 일반 쌀보다 3배 정도 큰 것이 특징이다. 발아현미로 가공하면 뇌 혈류 개선과 뇌세포 대사기능을 촉진하는 가바(GABA) 성분이 8배 이상 높아진다. 또 지용성 활성 성분인 감마오리자놀과 토코페롤을 함유해 대사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
건양2호는 일반 벼보다 소화성 단백질인 글루텔린 조성비를 10% 이상 낮춰 소화가 잘되는 쌀이다. 소화 능력이 떨어지는 노약자나 단백질 섭취가 제한되는 신장병 환자의 식이요법에 적합하다.
적진주찰에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다량 함유돼 있다. 이 성분들은 항암, 항균 효과가 있다. ‘삼광’은 병해에 강해 친환경으로 재배할 수 있어 발아현미용으로 적합하다.
건강홍미는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인 페루릭산, 에피게닌, 텍시폴린 등 폴리페놀성분 함량이 높다. ‘흑광’과 ‘흑진주’의 검은 색소는 항산화 작용뿐만 아니라 성인병을 예방하는 안토시아닌과 식이섬유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흑진미는 검정쌀과 붉은쌀의 특성을 모두 지녀 항산화(antioxidation) 활성이 우수하다. 항산화 성분은 인체 내의 대사 작용에 의해 발생되는 활성산소의 산화 작용을 억제해 노화 관련 물질 생성을 감소시키면서 세포 노화를 지연시킨다.
흑진미는 검정쌀의 대표 기능성분인 안토시아닌과 붉은쌀의 대표 기능성분인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됐다. 100g당 안토시아닌 함량은 60.2㎎, 폴리페놀은 13.3㎎, 플라보노이드는 3.18㎎ 수준이다. 종자는 증식 과정을 거쳐 2018년부터 농가에 보급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논이용작물과 조준현 박사는 “기능 성분이 복합적으로 함유된 흑진미를 이용해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개발한다면 우리 쌀의 부가가치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촌진흥청은 기능성이 강화된 쌀들을 식의약 소재로 활용하기 위해 대학이나 병원과 동물 실험, 임상 시험 등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이영희 원장은 “2017년까지 생활 습관병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쌀 10품종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며 “쌀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연구, 소비자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기능성, 가공용 쌀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