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과 사기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가 3일 법원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 측은 최 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모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최 씨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심문이 끝난 뒤 최 씨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북아의 이경재(67ㆍ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오늘 법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모관계’ 성립 여부가 소명되느냐 안 되느냐에 대해 집중적으로 쌍방 간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안 전 정책수석과 공모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설립 관련 기업들로부터 774억 원을 걷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사기 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최 씨의 진술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최 씨가 나름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재판장에게 진술했다”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형사 절차에서 구속 여부는 가장 중대한 것”이라며 “법원이 검찰과 변호인 측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결정을 내려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또는 4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이날 오후 1시 47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법원에 출석했다. 검은색 코트 차림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였다. 최 씨는 교도관들의 지시를 받아 법정으로 이동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K스포츠에 70억 원을 내도록 롯데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또 자신이 설립한 회사인 더블루케이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LK)와 에이전트 계약을 하도록 한 혐의(사기 미수)도 있다. 다만 뇌물죄나 횡령ㆍ배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