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우리 제품과 일치'vs'법적대응'..보툴리눔 논란 진흙탕 싸움

입력 2016-11-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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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대웅제약 균주 출처 의심" 공개 요구..대웅 "법적 대응 검토"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기원을 둘러싸고 제약사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메디톡스는 후발주자의 균주 출처를 의심하며 염기서열 공개를 주문하고, 대웅제약 등 후발주자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설명회에서 대웅제약이 개발한 보툴리눔 균주의 기원에 대해 강한 의심을 제기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진뱅크에 대웅제약이 ‘홀(Hal)l'로 등록한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을 확인한 결과, 해당 균주의 유전체 서열 중 독소 및 관련 염기서열 1만2912개 전부 메디톡스 균주와 100%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전체 염기서열은 370만여개에 달하는데, 대웅제약이 등록한 보툴리눔 균주 1만2912개를 확인한 결과 메디톡스의 균주와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메디톡스는 그동안 “휴젤이나 대웅제약이 통조림이나 토양에서 고위험 병원체인 보툴리눔톡신의 균주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국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어떤 곳에서 어떻게 발견했는지 기원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제품화에 성공했고 균주 기원 공개에 대해서는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전체 염기서열은 특정 생물체를 나타내는 고유한 식별표지를 말한다. 해당 생물체가 무엇인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바코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보툴리눔 균주는 다른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지리적 편향성을 갖는다. 미국에서는 주로 A형, 유럽에서는 B형, 캐나다 및 알래스카에서는 주로 E형이 발견된다. 특히 동일 지역의 같은 형(type)일지라도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이 100% 일치하는 균주가 발견됐다는 보고는 없다. 보툴리눔도 배양이 거듭될수록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게 된다. 메디톡스 측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의 기원을 의심하는 배경이다.

정 대표는 “대웅제약은 균주에 관한 논문 한 편 발표한 바 없고 해당 균주 발견자가 누구인지 공개한 사실이 없다”면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기원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가잘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염기서열 공개 거부의 이유로 제시한 ‘영업 기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정 대표는 “염기서열은 ‘기업 기밀’이라 할 수 없다. 실제로 해외 4개 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균주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은 이미 진뱅크에 공개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메디톡스는 염기서열 공개를 통해 ‘홀(Hall)' 균주와 염기서열이 99.998%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홀 균주는 미국의 이반 홀 박사가 분리·동정한 균주를 말한다. 홀 균주는 현재 미국 위스콘신 대학과 앨러간, 메디톡스 등이 보유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과거위스콘신 대학으로부터 연구 목적으로 보툴리눔 균주를 가져와 상품화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보톡스 개발에 관여했던 에릭 존슨 위스콘신대 교수는 이날 행사장에서 “370만개의 유전체염기서열 중 99.99%가 일치했다는 것은 위스콘신 연구소에서 이전했던 오리지널 홀 균주와 같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보툴리눔 톡신 A형 제제를 상업화한 기업은 4개에 불과하고 한국에서는 이미 3개 기업이 보툴리눔 톡신 A형을 이용한 의약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메디톡스 외 어떤 기업도 보유하고 있는 균주의 기원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기업 기밀이란 이유로 균주의 획득 경위를 상세하게 공개하기 어렵다면 보툴리눔 균주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균주 기원을 규명할 수 있는 방안이다”며 대웅제약 등에 균주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법적 대응 검토에 나서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은 지난 3일 "나보타는 4년 간의 연구로 만들어낸 성과며 해외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근거없는 균주 논란은 국가 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균주 염기서열 공개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회사 연구원이 균주를 발견해 나보타를 개발했고 보건당국으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무리한 논란 제기는 경쟁사에서 우리의 해외시장 성공을 음해하려는 의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근거 없는 흠집내기로 인해 국내 의약품 시장 혼란과 함께 기업 이미지 실추로 해외시장 개척에 차질이 우려된다. 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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