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D-2] 멕시코시티에서 테헤란까지…전 세계, 결과 초조하게 기다려

입력 2016-11-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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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트럼프 당선 대비 비상계획 수립…중국, 누가 돼도 좋을 것은 없어

지난 2년간 숨가쁘게 달려왔던 미국 대통령선거가 이제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이란 테헤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가 미국 대선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 멕시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면 자국 통화 가치와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멕시코는 비상에 걸렸다. FT에 따르면 멕시코는 8일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계획도 이미 수립한 상태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중앙은행 총재는 “트럼프의 승리는 멕시코에 허리케인이 닥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비상계획인 ‘B 계획’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수출의 80% 이상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으로 향한다. 카르스텐스 총재는 “멕시코에 불리한 상황이 현실화하면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재무부와 비상계획을 논의했다. 다만 그것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상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가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등 멕시코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면서 페소화는 트럼프 승리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됐다. 노무라홀딩스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하면 미국 달러화당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현재의 약 19페소에서 17.9페소로 오를 것이나 트럼프가 당선되면 22페소 선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페소화 가치가 26페소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고 노무라는 덧붙였다.

◇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에게 미국 대선은 그들이 잘 아는 악마(클린턴)가 뽑히느냐 아니면 걱정스러울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트럼프)이 당선되느냐 하는 문제라고 FT는 설명했다.

퍼스트레이디 또는 국무장관으로서 클린턴은 이미 여러 차례 중국 지도자들과 대면했는데 비교적 악연으로 간주되고 있다. 심지어 클린턴이 지난 2012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그는 시각장애 인권운동 변호사인 천광청의 미국 망명을 돕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는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자국 인권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 양국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을 줄이거나 아예 철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실제로 이뤄진다면 이는 중국 정부에 지정학적 선물이나 마찬가지라고 FT는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당선되자마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기 때문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부정적인데 이는 중국에 이롭게 작용할 전망이다.

◇ 사우디아라비아= 아버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침공에서 쿠웨이트를 구해내는 등 걸프 국가들의 좋은 친구였다. 그러나 아들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결과 이라크에서 시아파인 이란의 영향력을 키웠으며 결국 이슬람국가(IS)라는 최악의 테러집단이 나오게 됐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중동의 이런 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그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한편 사우디에 주둔 미군 방위금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9ㆍ11 희생자들이 사우디를 고소할 수 있는 법안도 통과됐다. 여러모로 트럼프와 사우디는 극과 극의 대립관계에 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클린턴과 사우디는 좋은 관계를 이어갈 전망이다. 사우디는 막대한 돈을 클린턴재단에 기부했으며 클린턴은 사우디와 중동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아랍의 봄 당시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였다.

◇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EU와 나토 모두 고립주의적인 외교정책을 표방하면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지금까지 굳건히 쌓아져 온 동맹의 기초를 흔들려는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나토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과 막대한 지원금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잠재적으로 분열에 이를 수 있는 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EU도 무역자유화와 러시아에 대한 제재라는 두 개의 중요한 외교정책이 중대한 도전을 맞게 된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공공연하게 표시해 왔다. 아울러 미국과 EU가 펼치는 자유무역협정 논의도 사실상 백지화될 수 있다.

◇ 이란= 이란 정치인과 기업인들도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은 클린턴이 당선돼 핵협상 합의를 유지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핵협상 합의가 아예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 일본= 일본 정부 관리들은 대부분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일본에서 최대 관심사는 클린턴이 TPP를 미국 유권자 입맛에 맞춰 뜯어고칠 가능성이다. 그렇게 되면 TPP는 일본에서도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트럼프의 당선은 일본에 악몽과도 같다. 트럼프는 일본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으며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가 당선되면 일본은 선거 유세 당시 발언 중 얼마나 실제로 옮길지를 확인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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