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년을 맞고 있는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제도를 둘러싸고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징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통행료를 인상하자니 서민경제에 부담이 되고, 아예 폐지하자니 그나마 있던 미미한 효과가 아쉽기 때문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기 전에 남산 1·3호 터널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9만대였다. 통행료 징수 19년차를 맞은 지난해에는 8만4650대였다. 서울시 차량등록대수가 1996년 200여만대에서 지난해 300여만대로 50% 증가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통행료 징수로 인한 통행차량 감소 효과가 10%에 불과하다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심 교통난 해소,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 감소, 도보 관광 활성화를 위해 통행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은 지난 2012년 ‘서울시 혼잡통행료 제도 효과평가와 발전 방향’ 보고서를 내고 시간대별로 징수하는 요금을 차등화해야 혼잡통행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요금체계 개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시도 혼잡통행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는 동의를 하며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수차례 통행료 인상을 검토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통행료를 인상했다가 박 시장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한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행료는 20년동안 변화가 없는 까닭에 제도의 효율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 부분 교통억제 효과는 지속되고 있다”며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판단해 인상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