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제' 수식어를 없애는 방법

입력 2016-11-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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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길 사회경제부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조사한 검찰의 태도를 놓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번 정부 실세로, 검찰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그를 검찰이 특별대우 했다는 게 요지다.

검찰로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오만은 우병우가 부리고 욕은 검찰이 먹는다'는 한 검사의 하소연도 일부 이해가 간다. 우 전 수석이 조사 직전 수사팀장과 차를 마시면서 면담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보통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에서 피조사자의 심리적 동요를 감안해 간단히 차를 마시기도 한다. 최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도 검찰 조사에 앞서 주임 검사와 면담했다.

우 전 수석이 '조사 도중' 팔짱을 끼고 웃는 표정으로 찍혔다는 사진도 사실관계가 조금 다르다. 담당 부장검사가 조사를 잠시 중단하고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인데, 장소가 조사실이 아닌 검사 부속실이고 우 전 수석이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서 있던 점 등을 감안하면 거짓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비판은 귀기울일 측면이 있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동시에 수사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되는 일도 막아야 할 지위도 가진다. 근대 형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라고 해도 유죄가 입증되기 전에는 '죄인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피의자는 조사 단계에서 '유죄 추정'을 받으며 추궁받는 일이 허다하다. 당사자는 물론 동석한 변호인도 검사나 수사관으로부터 인격적 모멸감이 섞인 면박을 당하는 일도 있고, 조사 과정은 그 자체로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면서도 혹여 불이익을 받을까 제대로 항의도 못한다.

우 전 수석이 사법연수원 동기인 수사팀장과 차를 마시며 면담하고, 팔짱을 낀 채 일어서서 인사하는 후배 검사와 대화하는 모습이 '황제조사'라고 표현된 게 억울할 수는 있겠으나. 권력자가 아니었다면 볼 수 없는 풍경임이 분명하다. '황제'라는 수식어는 누구나 누릴 수 없기 때문에 붙는 말이기도 하다. 이 표현이 억울하다면 앞으로 검찰을 찾는 피의자와 변호인 모두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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