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1시간 넘는 고강도 삼성 압수수색… 대가성 지원 여부 ‘촉각’

입력 2016-11-09 10:34 수정 2016-11-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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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과의 주총대결서 국민연금 지지 선언·방산계열 M&A 발빠른 승인 등 ‘정유라 특혜지원’과 연관성 파헤칠듯

(고이란 기자 syr@)
(고이란 기자 syr@)

최순실(60·구속) 씨의 국정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8일 삼성 서초사옥 고강도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재계 전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삼성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어느 선까지 검찰 소환이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사안의 본질인 대가성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와 관련 서류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후 6시께 검찰 수사관 20여 명은 압수수색한 물품 등을 담은 8개의 박스를 확보, 대기 중인 차량에 옮겼다.

11시간이 넘는 고강도 압수수색 대상에는 27층 대외협력담당 사무실과 30층 미래전략실, 대한승마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실 등이 포함됐다. 삼성 사옥 40층에 있는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 집무실 등도 압수수색에 포함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관련 자료를 토대로 박상진 사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소환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삼성의 최순실 씨 모녀에 대한 35억 원 지원 의혹 수사의 쟁점은 삼성이 어떻게 돈을 지원했는가를 밝히는 일이다. 삼성이 협박을 받아 돈을 빼앗긴 피해자인지, 다른 이유 때문에 돈을 지원했는지를 밝혀야 최 씨 혐의를 특정할 수 있고, 이는 삼성의 형사처벌 여부도 좌우하게 된다.

삼성은 최 씨를 통해 해결할 민원이나 청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최 씨가 먼저 ‘비선 실세’라는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을 내세워 삼성에 접근했고 지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이 최 씨 모녀를 직접 지원한 시점과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겹쳐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지원을 기대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이 최 씨의 독일 회사에 280만 유로를 송금하기 직전인 작년 5~7월,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추진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가 당시 헤지펀드인 엘리엇 등 주요 주주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었다.

삼성그룹은 주주총회에서 합병 찬성표를 한 표라도 얻기 위해 경영진까지 주주 설득에 나섰고, 결국 삼성물산 단일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지지 선언을 얻으며 합병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합병 관련 주주총회를 앞두고 당시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직접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다. 현재 최 씨와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 현 정부 실세들이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정부 모든 부처에 막강한 입김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 ‘빅딜’에 최 씨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4년 삼성은 삼성테크윈 등 방산 계열사 4곳을 한화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방산업체는 특성상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정부는 석 달 뒤 이를 승인했다.

2조 원 규모의 빅딜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자금 확보에 숨통이 트였다. 또 빅딜 과정에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한화그룹에서 삼성그룹으로 변경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삼성의 방산업체 매각을 돕는 대가로 최 씨가 승마협회 회장사로 삼성전자를 끌어들인 뒤, 딸 정 씨에 대한 지원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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