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종의 서킷브레이크] 中기업에 호갱된 국내 자본시장

입력 2016-11-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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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해외 유망 기업들을 국내 주식시장에 유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국내 기업들이 성장 정체기에 들어선 만큼 해외 유수기업들을 유치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열어줌과 동시에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해외 기업들은 이런 큰 취지와는 도무지 맞지 않는 듯하다. 단순히 우리 자본시장을 눈먼 돈을 끌어다 쓰는 호갱(?)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자금 수혈을 받고, 사업이 잘 되면 배당이나 유상감자로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 들어온 해외 기업들이 제대로 된 배당정책을 실시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배당은커녕 대주주 배 불리기에 나서면서 문제만 일으키고 있다. 중국 섬유의복 업체로 국내 시장에 상장한 1세대 해외기업인 C사는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 블록딜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챙겼다.

이 기업은 중국 현지에서 직영점을 설치한다는 미명하에 전환사채(CB) 500억 원을 발행했으나 현재까지 직영점 오픈은 2개에 그쳤다. 반면 실적은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주가도 2014년 4000원대에서 현재 1000원대로 급락했다.

또 다른 중국기업 K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K사 역시 국내 상장한 1세대 해외 기업으로 국내 기관들과 여러 차례 블록딜을 시도하면서 대주주 배 불리기에 급급했다. 또 신규사업 목적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으나,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이 기업 역시 BW 물량 부담으로 인해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돈만 빼다 썼지 배당에는 상당히 인색하다는 것이다. 개인주주들이 단체 행동 움직임을 보이자 최근 찔끔 배당했다. 그마저도 배당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최근 새롭게 국내 시장에 들어온 한 중국기업은 15%의 배당성향을 천명하며 주주들의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배당성향은 19.5%나 된다. 중국시장도 30%가 넘고 있다. 찔끔 인심 쓰고 생색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이쯤 되면 해외 기업을 국내 시장에 유치하기보다 국내 기업을 해외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더 낫지 않을까? 우스갯소리지만 그냥 흘려듣기만 해서는 안 될 이야기다.

4년 만에 중국 기업들이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 앞으로도 중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우리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기업들을 제대로 걸러 낼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증권사들은 IPO 대행 수수료에 눈이 멀어 아무 기업이나 발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거래소 역시 보다 심층적인 상장심사를 마련해 시장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해외 기업 유치에 나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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