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풍자 탄압한 대통령의 운명은?

입력 2016-11-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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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을 때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라고 엄중히 질타했다. 지난해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통령의 ‘모르쇠’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며 등장한 ‘아몰랑 대통령’이라는 유행어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허언(虛言)으로 철저히 무시했다.

“정부의 대처 방식은 대학교 MT에서 사고 나면…” “MT 없애고!” “해경이 잘못하면…” “해경 없애고!” “정부가 잘못하면” “정부 없…큰일 날 뻔했네”…. 시청자의 열띤 반응을 끌어낸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시사 풍자 코너 ‘LTE 뉴스’를 비롯한 개그 프로그램의 풍자 코너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나둘씩 모습을 감췄다.

급기야 케이블 채널 tvN ‘SNL 코리아’의 정치 풍자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로 인해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청와대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까지 쏟아졌다. 세월호 대참사 등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문제 있는 대처에 풍자나 패러디를 통해 비판했던 문화계 인사들에게 블랙리스트의 주홍글씨를 새겼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행한 일들이다. 대통령과 정치인, 정부, 사회, 기업의 문제와 잘못 등을 조롱, 익살스러운 모방, 반어법, 역설, 원작 비틀기 등을 통해 비판하는 문화적 기법이 풍자나 패러디 등이다. 그리고 강신항 전 성균관대 교수가 저서 ‘유행어에 반영된 세태’에서 “기발한 표현, 쌓였던 민심의 표출, 울화의 표현, 하고 싶은 많은 말들을 단적으로 토로하고 싶은 욕구, 세태에 대해 짤막한 한마디로 날카롭게 찌르려는 욕구, 이런 것들이 유행어를 사용하는 동기다”라고 지적했듯 유행어 역시 잘못된 정치 상황과 대통령의 문제 등을 적시하거나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풍자나 패러디, 유행어는 사회의 감수성, 시대정신, 민심, 여론 등을 읽을 수 있는 강력한 단서이자 사람들의 잠재된 실망, 분노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다. 권력과 정부의 문제를 적시해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정부의 실정과 대통령의 문제가 많은데도 신문, 방송 등 주류 미디어들이 비판과 견제, 감시라는 언론의 본질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풍자나 패러디, 유행어는 주류 언론의 대안적 언론 기능까지 수행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오만과 무지, 그리고 여론과 비판의 창구를 차단한 비선 실세 최순실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같은 문제투성이의 인의 장막 등으로 풍자와 패러디, 유행어를 통해 분출된 민의와 민심을 파악하지 못했다.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문제를 비판하며 민심과 민의를 가감 없이 드러낸 풍자와 패러디, 그리고 유행어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읽기는커녕 탄압과 무시로 일관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수많은 사람이 피 흘려 지킨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국민은 국정 실패로 인해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오죽했으면 대구 촛불집회에 나선 한 여고생이 “박근혜 대통령은 감성팔이 식의 쇼를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대처로 응답하십시오. 우리는 꼭두각시 공주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개, 돼지가 아닙니다”라고 외쳤을까.

얼마나 실망했으면 수많은 사람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라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언에 대해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을 하고 있나라는 자괴감이 든다”라는 패러디로 응수하고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촛불 집회장에서, 대학가 대자보에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넘쳐나는 대통령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 유행어에 담긴 민심을 제대로 읽기 바란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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