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정된 공무원 윤리헌장에는 ‘우리(공무원)는 불의를 물리치고, 언제나 바른길만을 걸음으로써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국민의 귀감이 된다’고 명시돼 있다.
돌아보면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고귀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더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를 망각한 채 제 배 불리기에만 급급한 이들이 있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최근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 등 부동산투기 사범에 대해 집중 수사한 결과, 모두 20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3명은 구속, 187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당초 정부는 세종시로 옮긴 중앙 부처 공무원들의 조기 정착을 돕는다며 분양 물량의 70% 정도를 일반분양 경쟁 없이 특별공급했다. 하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정부에서 제공한 이런 권리를 돈 버는 데 악용했다.
실제로 지방직 6급 공무원 A 씨는 아파트 분양권 3장을 모두 1100만 원을 받고 전매했다. 분양권이 당첨될 경우 대가를 받기로 하고, 자신과 자녀 등 3명의 청약 통장을 알선업자에게 넘긴 것이다. A 씨 외에도 중앙부처(산하기관 포함) 소속 공무원(퇴직자 포함) 22명, 공공기관 소속 직원 6명, 지방직 공무원 2명, 군인 1명도 적발됐다.
현행 주택법은 주택 공급 질서 교란 행위를 금지하고, 전매 행위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공무원들이 특별공급 받은 분양권을 전매를 통해 시세 차익만 챙긴 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공무원이 가담한 부동산 투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달 초 경상북도는 법 규정을 위반하고 신규 마을 조성사업을 위한 마을정비조합을 구성, 도청 신도시 인근에 있는 예천군 호명면 송곡리 군유지(임야) 3만7488㎡를 헐값(12억9800여만 원)에 수의계약으로 매입한 과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 5명 등 31명을 적발했다. 이후 이 땅은 1년 6개월 만에 필지에 따라 매입가의 최고 7배가량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공직자의 신분에서 얻은 정보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말 그대로 제 잇속만 챙긴 행태다.
그런데도 경북도는 위법 행위를 한 직원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사법당국에 고발)를 취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경북도 감사를 두고 ‘수박 겉핥기식 감사’ 또는 ‘제 식구 감싸기식 감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위법행위가 명백하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부동산 투기 등 공무원 비리가 근절될 수 있는 것이고, 이들로 하여금 국가와 국민이 정도(正道)에 설 수 있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