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1일부터 금융당국이 지급여력비율(RBC) 기준을 한층 강화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중소형사들이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집계된다. 보험업법은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2월31일부로 신용리스크 신뢰수준을 97%에서 99%로 강화한다. ‘신뢰수준 99%’는 100번 사고 중 99번은 대비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뢰수준이 강화되면 채무자의 신용등급에 대해 기존보다 더 높은 위험계수를 적용해야 한다. 예컨대, 채무자의 신용등급이 ‘BBB- 미만’인 경우, 현 97%신뢰수준에서는 위험계수가 7.5%였지만 신뢰수준 99%에서는 9%로 증가한다.
이에따라 신용위험액이 늘어 RBC비율의 분모를 차지하는 요구자본이 증가해 지급여력은 하락하게 된다.
요구자본은 신용위험액, 금리위험액, 시장위험액, 보함위험액 등 보험사의 제반 위험액을 반영한 수치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해 12월30일까지 95%에서 97%로 신뢰수준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97% 신뢰수준 적용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번에 신뢰수준을 95%에서 99%로 올리지 못한 것은 이로 인한 RBC비율 타격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위험액과 금리위험액은 현재 99%신뢰수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여기는 한번에 95%에서 99%로 상향을 했다”며 “신용위험액만 신뢰수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한 것은 그 파장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형사들이 RBC비율 타격에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영업의 경쟁력 열위로 대출채권, 회사채 등 공격적인 자산운용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중소형 손보사들은 대출채권을 5조9000억 원(2013년 6월)에서 14조9000억 원(올해 6월) 연평균 50.8% 늘렸다. 외화유가증권(2013년 6월)도 1조1000억 원에서 6조2000억 원(올해 6월)으로 연평균 154.5% 급증했다.
이에따라 중소형사들은 자본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손보는 다음달 후순위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규모는 미정이다. KDB생명은 연말 내 1000억 원 규모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한다.
지난 6월말 기준, 롯데손보 RBC비율은 155.4%로 금융당국 권고치에 턱걸이하고 있다. KDB생명의 RBC비율은 192.4%로 생보사 평균치(297.1%)를 밑돈다.
흥국화재는 지난 9월 200억 원 규모로, 농협손보는 1000억 원 규모로 후순위채권 발행했다. 6월말 기준, 흥국화재는 RBC비율이 151.1%, 농협손보는 184.6%다. 당국 권고치에 턱걸이거나 평균치(269.1%)에 미달한다.
하지만, 자본확충 이후에도 RBC비율이 큰 폭으로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최근 후순위채권을 발행해 자본확충을 한 것까지 반영하면 RBC비율이 기존(151.1%)보다 4~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본확충을 해도 RBC비율이 160%를 밑돈다.
금융당국은 RBC비율이 낮은 중소형사 위주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공채는 위험계수가 ‘0’이라서 괜찮지만, 신용대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회사채 투자를 늘리면 신뢰수준 강화시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다”며 “RBC비율이 150~200%대인 중소형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