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합헌 결정 이전에 간통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간통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A(53·여)씨가 낸 재심청구 재항고심에서 기각 결정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무죄를 인정받기 위해 재심을 신청하는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간통죄 위헌 판단에 따라 재심청구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2008년 10월 합헌 이후에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이다. 헌법재판소법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형벌조항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이 나오면 소급해서 효력이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이 모호해서 합헌 결정 이전에 범행을 한 뒤 합헌 결정 이후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도 재심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재판부는 "합헌 결정 다음 날 이후에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면, 비록 범죄행위가 그 이전에 행해졌다 하더라도 위헌 결정으로 인해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한 것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항고심 재판부는 "범행이 합헌 결정 전에 있었으므로 재심이유가 없다"고 판단,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법 개정 후 재심청구의 범위를 명확히 밝힌 최초의 사건"이며 "이 사건에서 A씨가 재심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 피고인의 구제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유부남 B(54)씨와 내연관계에 있었던 A씨는 2005년 간통죄로 기소돼 2009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헌재는 지난해 2월 '간통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간통죄 규정에 대한 위헌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