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0) 씨의 국정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근혜(64) 대통령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오는 15~16일 박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결정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같은 방침을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2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지 9일 만이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수사, 대면 조사 원칙
검찰 안팎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은 주말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은 12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13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해 박 대통령과 개별 면담한 기업 총수들을 선별해 급하게 부른 이유는 대통령 조사를 위한 사전 작업일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날 검찰 관계자도 “기업 총수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대통령 조사) 일정이 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면이 아닌 직접 대면 조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시기와 장소를 조율 중이다. 15일을 우선적으로 하되, 늦어도 16일까지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했다. 조사가 이뤄지는 장소는 아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구체적인 일시가 정해지면 장소와 조사 주체 등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기보다는 청와대 공관을 방문하거나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최순실 공소장’에 박 대통령 거론될까 초미 관심
이날 검찰 관계자는 "저희들이 제일 급한 건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늦어도 화(15일), 수요일(16일)까지는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서두르는 것은 최순실 씨에 대한 기소와도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 씨에 대한 구속기간이 20일로 만료됨에 따라 검찰은 19일께 최 씨를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검찰은 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재단 자금을 유용한 횡령이나 배임이 아닌 직권남용과 사기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최 씨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에서 주어진 권력을 남용해야 성립하는 직권남용죄를 저지를 수 없다. 검찰은 이에 대해 최 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수석이 공모관계이기 때문에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은 최 씨와 직접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또 구속 직전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대기업 재원 모금은 박근혜 대통령 지시를 받아서 한 일”이라고 밝혔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진술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하면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재단 설립과 모금을 제안하고, 대통령이 다시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하는 구도가 그려진다. 수사팀 관계자도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공모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승계적 공동정범’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최순실-대통령-안종범으로 의사전달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검찰이 최 씨를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기재하더라도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소추를 받지 않으므로 처벌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검찰에 의해 공식적으로 범죄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헌법재판소에서 심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