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최순실 사태’로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고 있다. 당 내홍이 극심해지면서 ‘친박계’와 ‘비박계’로 양분된 계파 간 갈등 양상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회의를 따로 개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정현 대표는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를,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질서 있는 국정수습을 위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최고위원회의 참석 대상이지만 정 원내대표는 지난 7일부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당 지도부 즉각 사퇴’를 우회적으로 종용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전날 내년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전대에서 대선후보의 당 대표 겸직을 허용하겠다는 수습책을 발표하면서 자신은 거국중립내각이 출범하는 즉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비주류의 ‘즉각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어서 당 내 기류가 빠르게 변할 조짐이다.
비주류의 움직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권 잠룡인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비주류 중진 의원들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당 지도부 사퇴와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새누리당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건강한 보수의 가치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새누리당으로는 안 된다”며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 지도부를 공식적으로 불신임하고, 국정 안정화를 위한 별도의 ‘임시지도체제’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원내뿐 아니라 원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인 김상민(경기 수원을)·김진수(서울 중랑갑)·이기재(서울 양천갑)·이준석(서울 노원병)·최홍재(서울 은평갑) 위원장은 당 대표실 앞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박 대통령의 비서였던 이 대표로서는 이 사태를 해결해갈 수가 없다”면서 “권력유지의 미련을 버리고 민의를 반영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