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기의 인간경영] 인간의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

입력 2016-11-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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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칼럼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그의 명저 ‘인생의 길’에서 “만약 여러분이 자신의 몸에서 잡아 뜯어낸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여러분은 자신에게 선(善)을 행한 것이며, 그 선은 영원히 여러분의 것으로 아무도 여러분에게서 빼앗을 수 없다”라고 썼다.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복이 있다”라는 성서에 영향을 받은 듯한 톨스토이의 인생철학이 담긴 말이다.

‘준다’, ‘베푼다’는, 그 목적어인 돈이나 물건 등 물질을 연상하게 되지만, 주는 사람의 마음에 인간에 대한 사랑(선)이 동기가 되면 물질 속에 담긴 사랑은 시간적 제약을 받아 없어지는 물질과는 다르게 된다. 즉,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받은 자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된 가치로 남는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상상하기도 어렵고 무서운 일들이 국가, 민족, 국민, 사회, 조직, 문화라는 이름을 붙여 인간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지진, 쓰나미 등 자연재해까지 겹쳐 정신을 차릴 수조차 없는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는 정치적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다. G1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했다. 미국 안팎에서 95% 이상이 승리자로 예상했던 클린턴 힐러리를 누르고 말이다.

우리도 지금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11월 12일, 광화문 광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는 ‘시민혁명’의 아우성이 울려 퍼졌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운집한 백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에게만 맡길 수 없는 ‘정치적 변혁’을 전 국민의 이름으로 외친 것이다.

오늘 이것이 의미한 경종은 무엇인가? 백 만 ‘시민혁명군’이 외친 함성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집권여당, 사분오열로 분열된 야당 정치인들은 반성과 참회를 넘어 전 국민이 촉구하는 국가적, 국민적 변화에 대한 심오한 음성을 들어야 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너무 커지고 말았다. 잠잠하게 관망만 하던 필자의 가슴에도 광장에서 울려 퍼진 분노의 파도가 밀려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후 우리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도 따져봐야 할 때다. 비 온 후 날이 개듯 위기 후에는 새로운 기회가 올 수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큰 재앙이 오는 법이다. 인류역사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역사적 진실은 국가나 개인 또는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밤하늘이 맑았던 그 옛날에는 캄캄한 밤하늘을 아름답고 환하게 밝혀준 수많은 별들이 우리 인간들에게 들려줬던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그중 북두칠성에 관한 톨스토이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있다.

옛날 큰 가뭄이 일어나 모든 강과 우물이 말라버리고 모든 풀과 나무들도 시들어 죽어버렸다. 어느 날 한밤중에 한 여자아이가 병든 어머니를 위해 물을 찾아 집을 나섰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물을 찾을 수 없었다. 지친 소녀는 들판에 누워 잠이 들었다. 이윽고 잠에서 깨어난 소녀는 깜짝 놀랐다. 손에 들고 있던 국자에 신선한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기뻐서 사랑하는 어머니 곁으로 날아가듯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도중에 허약한 개 한 마리를 만났다. 헐떡거리는 모습에 동정심이 생겨 물을 조금 주었다. 그러자 나무로 만든 국자가 은으로 바뀌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국자의 물을 드리자 어머니는 “너 먼저 마시렴” 하고 말했다. 그러자 은국자가 금국자로 바뀌었다. 그때 한 나그네가 집으로 들어와 부디 그 물을 마시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소녀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나그네에게 국자를 내밀었다. 그러자 국자에서 갑자기 일곱 개의 다이아몬드가 튀어나왔고 신선한 물이 커다란 물줄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일곱 개의 다이아몬드는 높이 하늘로 날아올라 ‘북두칠성’이라 이름 붙은 일곱 개의 별이 되었다.

‘우주와 지구와 인간’이라는 책에서 일본의 평화운동가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와 러시아의 우주비행사 알렉산드로 세레브로프의 우주시대를 향한 대화에서 들려준 별들의 이야기도 아름답다. 21세기는 지난 20세기와는 마땅히 달라져야 하고 21세기에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지구적 시야를 넘어선 우주적 시야다. 21세기 들어 인류가 겪고 있는 대재난이나 국가 간 대립과 분쟁 또는 전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우주와 하나로 인류를 그려나가야 한다.

‘대우주와 하나’라는 것은 더 나아가 ‘지구와도 하나’라는 말이다. 그런 우주관, 지구관, 그리고 인간관을 근본으로 해 모든 것을 새롭게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주시대는 가상이 아닌 가까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는 이미 달에 착륙한 바 있고, 테슬라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스페이스엑스(SPACE X)의 CEO인 엘론 머스크는 지구에서 화성으로의 인류 이동과 정착사업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인류는 기존의 세계관을 탈피하고 좀 더 성숙한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 21세기야말로 ‘지구’는 ‘인류 공통의 집’이기 때문이다. 이는 평화와 생명, 인간을 중심으로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성서에서 창조주가 피조물인 인간에게 우주와 지구의 생명체들을 다스리는 능력과 책임을 부여했다고 말하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우주와 지구가 인간 삶의 공간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참으로 아름답다. 인류는 우주선인 지구호의 승객이자 공동 운명체인 셈이다. 결국 지구와 인간의 일체감도 우주를 시점(視點)으로 하면서 얻어진 결론이다.

‘어린왕자’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는 그의 책에 이렇게 적었다. “왜 서로 미워하는가? 나는 같은 지구에 의해 운반되는 연대 책임자이고 같은 배의 승무원이다.”

인류는 왜 공동 운명체인 지구를 훼손하고 병들게 하는지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한다. 하늘의 법을 어기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이 지구 공동체에서 쫓겨날 운명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리는 모두 성공의 특권과 사명을 타고난 존재들이다. 문제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어떻게 활용해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난 자기 자신을 완성해 나가느냐다. 중요한 점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원료로 해 자기 존재를 완성함으로써 ‘인간의 품격’을 형성하는 일이다.

‘인간의 품격’의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에 의하면 인간의 삶이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돈과 성공만 외치는 ‘Big Me’의 시대에서 ‘Little Me’의 가치를 일깨우고 살아야 한다.

‘자기과잉의 시대’에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이기적인 인간성 ‘Big Me’를 극복하고 겸손과 절제로 자기의 인간적 결함을 이겨낸 성숙한 인간 ‘Little Me’의 탄생으로 참다운 인간의 품격을 만들어가는 자기성장 과정이 필요하다.

자기과잉의 시대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이기적인 인간상은 물질적 풍요와 개인의 능력을 최우선시하는 시대의 산물이다. 이른바 능력주의 시스템을 통해 자신을 부풀리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자신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을 중시한다.

우리에게 점점 더 좁은 곳에 집중하라 하고 더욱 약삭빠르게 살라고 부추긴다. 자기중심주의를 극대화하고 선취를 중시하는 이 문화는 타인에게 인정받는 데만 몰두하고 외적 찬사를 삶의 척도로 삼게 한다. 끊임없는 긍정적 강화 없이는 버티지 못하는 나약한 영혼을 만들어낼 뿐 삶의 의미를 찾는 데 필요한 도덕적 능력을 위축시켜 버린다.

인류는 크나큰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는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이기적인 인간상을 강조하는 자기과잉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전통적으로 ‘뒤틀린 목재’로 보는 인간관이 있다. 다만 인간은 누구나 결함을 가진 존재, 그리고 삶이란 결함을 내포하는 자아와 끊임없이 투쟁해 성장하는 과정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를 “인생은 고해”라고 말했다.

‘겸손’과 ‘절제’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 삶의 궁극적 목적을 외적 성공이 아니라 내적 성숙에 둬야 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고 개선해 나갈 때 마침내 위대한 영혼이 탄생한다. 인류 역사를 빛나게 한 위인들은 모두 이런 사람들이다.

2017년 대선정국을 내다보고 뛰는 정치인들이나 선거권자인 국민들은 국가와 국민이 직면한 누란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인간성장의 정도를 걷는 과정에서 ‘인간의 품격’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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