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업계 M&A 잔치 끝났다...“더 이상 살 매물 없어”

입력 2016-11-15 15:16 수정 2016-11-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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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을 달구던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이 잦아들 전망이다. 인수 대상이 될 만한 우량기업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업계는 2년간 총 2400억 달러(약 281조 원)에 달하는 M&A를 실시했다. 올해 M&A 총액은 이미 1302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16% 웃돌고 있다. 10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거래가 6건, 300억 달러 인상 거래가 3건에 이르는 등 대규모 거래가 전체 M&A 규모를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수할 만한 우량기업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다 인수 여력이 있는 기업 대부분은 이미 필요한 인수를 마쳤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의 M&A가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 반도체 분야 1위인 퀄컴은 최근 해외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 300억 달러 대부분을 NXP 반도체 인수에 썼다. 브로드컴(구 아바고 테크놀로지)은 올 들어 이전 브로드컴을 370억 달러에 인수하는 절차를 완료했다. 이달 초에는 통신기기 대기업인 브로케이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스를 5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인텔은 지난해 알테라를 15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10여 개 기업을 인수 또는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M&A 기근 배경으로는 반도체 장비 분야에 대한 규제 당국의 반대도 무시할 수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램리서치와 KLA텐코는 지난달 미국 법무부의 반대로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도쿄일렉트론의 경영 통합에도 반대했었다. 이에 반도체 장비 산업의 대규모 합병 움직임도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도 부담이다. 반도체 관련주가 지속적으로 다른 기술주 상승 속도를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가 산정·발표하는 반도체업종지수(Semiconductor Sector Index, SOX)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올 들어 25% 가량 상승한 반면 나스닥종합지수는 4% 상승에 그쳤다. 일찌기 M&A설이 나돌았던 엔비디어와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의 경우, 올들어 주가가 2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반도체 업체들은 앞으로도 저금리 환경에서 성장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퀄컴의 NXP 인수, 14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하만인터내셔널 인수 계획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동차 업계와 관계있는 IT 기업이 반도체 업계의 새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M&A에 무관심한 기업도 있다. 엔비디어는 최근 2년간 소형 M&A가 1건에 그쳤고, 현재 약 37억 달러의 현금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시가 총액 기준 세계 4위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는 2011년 내셔널세미컨덕터를 65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M&A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WSJ는 이들 기업은 인수 대상 선정에 엄격하기 때문에 섣불리 M&A 시장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M&A가 기근인 와중에 반도체 업계의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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