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이 이번에 의결 거절을 한 배경은 공사원가 산출 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공사원가 중 누적발생원가는 회사의 재무제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공사가 시작된 이후 누적발생원가가 당초 예상치인 100 중 80이라면 나머지 20은 미청구공사(자산)로 인식된다. 반대로 누적발생원가가 120으로 당초 예상치인 100을 웃돌았다면 나머지 20(초과청구공사)은 부채로 잡힌다. 이처럼 원가 계산율 방식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크게 뒤바뀔 수 있다.
대우건설의 3분기 보고서를 보면 해외 인프라와 플랜트 사업 부분의 추정 총계약 원가 변동이 컸다. 이 회사는 이번 분기보고서에서 해외 인프라는 2542억 원, 플랜트는 1458억 원의 원가를 각각 높였다. 원가의 증가는 곧 그만큼의 공사 순익과 미청구공사의 감소를 뜻한다.
해당 사업이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건설ㆍ중공업 회사들의 대규모 실적 변동을 일으킨 분야인 것을 고려하면 딜로이트안진이 올해 3분기 원가 상승 규모 역시 축소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국내 주택보다는 인프라와 플랜트, 발전 부문의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 금액 증가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이 회사가 밝힌 9월 말 기준 미청구공사 잔액은 2조158억 원이다. 전년 동기의 1조5579억 원과 견줘 29.4% 급증한 수치다.
특히 토목ㆍ해외인프라ㆍ발전 부문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2015년 말 5221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8909억 원으로 뛰었다. 사업장 별로는 모로코 SAFI IPP 석탄 화력발전소(미청구공사 2905억 원), 사우디아라비아 JAZAN 터미널(1789억 원) 등이 있다. 서찬용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5실장은 “대규모 개별 프로젝트 미청구공사의 실질 회수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미청구공사 금액을 과도하게 책정했다가 이를 한 번에 손실로 인식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반면 이번 딜로이트안진의 대우건설 분기 검토보고서 의견 거절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이 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 부실 감사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피감사인이 제때 지키지 못할 정도의 자료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또 정부ㆍ학계가 공동으로 새 회계제도 개혁안을 마련 중인 것도 ‘일단 비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분기 보고서 검토 배경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사를 진행하면 최종적으로 원가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기관 등의 발주처에서 아직 승인을 내주지 않아 원가 하락 부분을 인정받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 기말 감사 전까지 감사인이 요청한 자료를 충분히 소명해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