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공격적인 재정확대 약속에 글로벌 채권시장이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국채 금리를 조절해 양적·질적 완화정책을 지속하려는 일본은행(BOJ)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가 경제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로 글로벌 채권시장에 대량의 매도세가 유입되면서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뛰고 있다. 이날 일본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0.005%로 2개월 만에 플러스를 기록했다.
BOJ는 지난 9월 장·단기 금리 조절을 통한 양적·질적 완화로 경기를 부양한다는 내용의 새 금융완화 방식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장기금리를 제로(0)% 근처에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일본 장기금리는 당시 반짝 오르고 나서 트럼프 효과가 있기까지 마이너스권에서 머물렀다. 이제 트럼프가 변화를 불러 일으킨만큼 BOJ가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관리하고 원하는대로 시장을 조정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고다마 유이치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금리를 제로(0)% 근처로 다가가게 하는 것은 쉽다”며 “그러나 금리를 계속해서 오르게 하는 것에는 매우 높은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탈출하고자 지난 1999년부터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일본 국채시장 규모가 10조 달러(약 1경1680조 원)에 이르면서 금리도 매우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장기금리는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기 전 마이너스(-) 0.07%에 머물다가 이날 장중 0.005%로 오른 뒤에 다시 제로(0%)로 떨어졌다.
투자자 대부분은 당분간 BOJ가 장기금리 상승을 용인할 것이라는 점에 베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금리가 최대 0.1%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채권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BOJ가 어느 시점에 시장에 개입할지, 또 그 폭은 얼마나 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장기금리가 지나치게 오르면 경기부양에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 이이즈카 다카히로 미즈호신탁은행 채권 부문 부사장은 “특정 시점에 BOJ의 국채 매입이 일어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BOJ가 어느 수준으로 이를 행할 지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