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대우건설, 회계 이슈에 ‘발목’… 산은, 2조원 손해보는 매각 미룰까?

입력 2016-11-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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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이슈를 앞두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사 가치 높이기에 여념이 없는 대우건설이 회계 이슈에 발목이 잡히며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지난 14일 대우건설이 공시한 3분기 재무제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외부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공사 수익, 미청구(초과청구) 공사, 확정계약자산(부채) 등 주요 사안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판단할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다"며 검토의견 표명을 거부했다.

이어 안진회계법인은 "준공예정원가의 적절한 추정변경을 위해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다"며 "이번 분기 재무제표와 과거 재무제표의 구성요소에 관해 수정이 필요한 사항이 발견됐을지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다"고 적시했다.

◇감사보고서 검토의견 거부 이유는?

관련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절벽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수주업종 기업에 대한 회계 및 감사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 이번 대우건설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우건설은 “안진회계법인이 최근 수주산업에 대한 회계기준 강화를 이유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법정관리나 상장폐지 기업에 해당되는 의견거절을 표명한 것에 대해 매우 당황스럽게 생각한다"며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주주 및 채권단에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우건설은 2016년 기말 감사 이전까지 감사인이 요청한 자료에 대해 충분히 소명해 문제가 없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대우건설 주가는 13.67%(920원)이나 급락했고 이날도 5.51%(320원)이나 빠졌다. 국내 3대 신평사(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들 역시 일제히 대우건설(A등급)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리면서 해외 인프라 및 플랜트 부문의 원가율 조정, 미청구공사 손상차손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때문에 대우건설의 채권 금리가 치솟으며 채권가치가 급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반응의 이유는 대우건설의 회계감사 문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대우건설은 총 3896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20억원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때문에 당시 외부감사인도 안진회계법인으로 강제 교체된 것이다. 당시 대우건설은 제재에 반발해 올해 3월 금융위원회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이를 스스로 취하했다.

◇대우건설 매각 미뤄지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신뢰를 잃은 회계법인이 종전보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며 신뢰를 찾기 위한 이벤트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회계업계에서는 안진이 검토보고서조차 ‘의견 거절’을 냈다는 것은 대우건설의 회계 처리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일수도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새로운 수장인 박창민 사장을 맞으면서 기존 부실을 털고 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매각을 앞두고 부실을 털어내고 주가 부양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우건설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실적이 부진한 해외사업 부문의 조직과 인력을 축소하는 등의 구조조정이 실시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으로 후속 조치들에 상당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 경우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매각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으로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이번 사안으로 주가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달 28일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매각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사모(PE)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 내년 10월께 만기가 도래한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던 2010년 말 당시 대우건설 주가는 1만5000원을 넘었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16일 종가 기준 대우건설 주가는 5490원으로 인수 당시의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당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37.16%를 2조1785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총 3조2000억 원을 투입했다. 때문에 현재 주가로 대우건설을 매각할 경우 산술적으로 2조 원에 달하는 손해를 보게 된다. 이 경우 산업은행이 헐값 매각에 대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때문에 이번 사태 추이가 매각 시기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감사의견 거절로 대우건설의 전반적인 회계처리 신뢰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연간 사업보고서의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주가도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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