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가 대선 승리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외국 정상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 개인적 신뢰관계 구축을 노리고 있지만 회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이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동맹국에 주둔하는 미군 경비 분담금 증액 등 일본에 불리한 공약을 내걸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으면서 이런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는 지난 15일 참의원 TPP 특별위원회에서 “무역과 경제, 미·일 동맹관계, 지역정세 등 다양한 이슈에서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연립여당의 한 축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트럼프와 개인적인 관계, 즉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이번 회담의 중요 포인트”라며 “TPP에 대해서도 일본의 주체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트럼프에게 미국 입장에서도 TPP가 요긴하다는 취지를 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대선 이전에 트럼프를 푸대접한 전례도 있고, 일본 정계에서 트럼프 인맥이 전무해 신뢰관계 구축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당선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회담했지만 트럼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10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트럼프와 친분이 있는 일본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언급했다. 금융·우정개혁담당상을 역임한 가메이 시즈카 중의원 의원은 트럼프와 만나고자 미국 대선 직전 방미했지만 측근들과의 만남에 그치고 말았다.
게이오대학의 나카야마 도시히로 교수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 취임 이전에 회담을 추진한 것에 대해 “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는 이례적이지만 이해할 수 있다”며 “다만 정상회담처럼 미리 내용이나 논점을 양국 정부가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 위험한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명당 소속의 오카모토 미쓰나리 중의원 의원은 “미국 투자은행에 근무하던 2000년 무렵에 트럼프와 2회 정도 회의에서 만났다”며 “트럼프는 활기차고 결단력이 있는 천상 ‘사업가’이며 아베 총리는 의사표시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두 사람이 서로 잘 맞을 수 있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