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딜레마] 엔저, 양날의 검…머리 싸매는 일본은행

입력 2016-11-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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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달러가 초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의도치 않은’ 엔저 현상에 일본은행(BoJ)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달러 가치는 그야말로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달러는 일본 엔화에 대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6일(현지시간) 기준 109엔대를 기록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100엔 초반대였던 달러·엔 환율이 110엔 선을 목전에 두게 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경제지표 호조, 여기에 12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고조 등의 요소가 맞물리면서 달러 값이 오르며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엔저’라고 표현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달러·엔 환율이 110엔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카시마 오사무 씨티그룹 수석 환율 전략가는 “엔저 순풍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110엔 선도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간 각종 통화정책에도 엔화 환율 통제에 어려움을 겪었던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입장에서 엔저 현상은 반가운 일이다. 또한 재정정책을 중시하는 이른바 ‘트럼프노믹스’ 영향으로 주요국의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의존도가 줄어든 것도 BoJ로서는 호재일 수 있다. 그만큼 경기 부양에 대한 BoJ의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엔화 약세에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카마쓰 고이치 노무라증권 외환부문 전무이사는 “일주일새 엔화 가치 하락폭이 8엔이 넘는다”면서 “엔화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급락세가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처럼 반등 역시 급작스럽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엔저의 주원인인 달러 강세가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정책과 인프라 투자 정책에 대한 단순한 ‘기대감’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도 문제다. 트럼프노믹스의 영향으로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금리)이 갑작스럽게 플러스(+)로 전환된 것도 BoJ로서는 고민거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채 금리를 조절해 양적·질적 완화정책을 지속하려는 BoJ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올 1월 마이너스(-) 금리를 처음 도입한 BoJ는 지난 9월에는 2년 만기 등 단기 국채 수익률을 마이너스(-)로 유지하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에 근처로 유지하는 새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트럼프 효과로 전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BoJ가 앞으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상승을 어디까지 용인할지, BOJ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현상 유지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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