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가 가시화되고 있다. 헌법 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19일 ‘비선실세’ 최순실(60) 씨를 기소할 예정인 검찰이 ‘최순실-박 대통령-안종범’ 순으로 의사연락이 이뤄진 것으로 공모사실을 기재한다면, 처벌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가 검찰 수사에 의해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거국내각을 거론하며 대통령 탄핵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던 야당은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명분에 떠밀릴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역시 공소장에 범죄혐의가 기재됐는데도 탄핵소추에 반대하기가 힘들어진다. 또 헌법재판소 심리 과정에서도 범죄 혐의 유무는 인용ㆍ기각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검찰이 최 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기재한다면, 대통령으로서는 ‘국회 탄핵 의결을 받을 것이냐, 스스로 직에서 물러날 것이냐’를 고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151명 이상)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121명)과 국민의당(38명)의 합의가 이뤄지면 발의가 가능하다. 발의가 되면 소추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고, 위원회 조사를 거친 뒤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 가결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까지 합쳐도 165명이므로, 새누리당에서 찬성표가 35표 이상 나와야 한다. 가결 즉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고,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탄핵심판 절차에서 검사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법사위원장 자격으로 소추위원을 맡았다는 점이다. 당시 대리인단을 꾸린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었으므로, 여권에서 탄핵심판을 경험한 인사는 그가 유일하다. 박 대통령이 소추당한다면 김 전 실장이 대리인으로 나서 헌정사상 두 번의 탄핵심판에 모두 관여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 헌법소원 사건은 서면심리가 원칙이지만, 탄핵심판과 정당해산, 권한쟁의 심판은 변론을 열어야 한다. 변론에서 새누리당 소속의 권성동 소추위원(법사위원장)이 박 대통령을 신문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헌재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인용결정할 수 있고, 결정 즉시 대통령은 파면된다. 탄핵과 형사처벌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은 파면된 대통령을 기소할 수 있다. 대통령이 파면되면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